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과반을 달성해 결선투표 없이 최종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그런데 2위인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과반수 득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뒤끝이 편치 않다.
당초 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원팀’을 이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이 같은 조짐은 정세균 후보가 지난달 13일 후보에서 사퇴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이때부터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는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정 후보의 득표를 총투표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규정에 중도에 사퇴한 후보의 표는 무효표로 계산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에 제정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 당규 제59조(후보자 사퇴)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할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사퇴자의 득표는 무효로 간주해, 득표율 계산에서 뺀다는 규정이 경선 이전부터 분명하게 확정돼 있었다.
게임 도중에 룰을 고치는 일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는다면 삼척동자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룰에 문제가 있었다면 경선이 시작되기 이전에 해당 문제를 들고 나와 룰을 확정하고 경선에 참여했어야 옳다.
경선 투표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보자.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고 있어다. 사퇴자의 표가 득표율에 더해져도 그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는 광주.전남에서 200여 표를 앞섰을 뿐, 전북과 대구 ‧ 경북, 제주, 부울경까지 상당한 격차로 2위를 기록했다.
누가보아도 결선투표에 갈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캠프와 이 후보는 반드시 결선에 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이때 다수의 사람들은 이낙연 후보가 어떤 근거로 결선투표를 자신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끊임없이 대장동 의혹을 지적하며 "이재명 후보는 불안한 후보"라고 공격했다. 반드시 결선투표를 할 수 있다는 신념 또한 대단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천과 경기, 서울 지역 최종 경선 투표가 진행됐다.
경기와 인천지역의 투표결과 사실상 이재명 후보가 결선투표 없이 대선 후보로 곧바로 직행한다고 모든 언론은 전망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국민과 일반당원이 참여한 3차 슈퍼위크 투표결과에서 이낙연 후보가 무려 62.37%, 이재명 후보가 28.30%를 얻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투표 성향이나 권리당원 투표 등 모든 투표에서 볼 수 없던 결과가 나왔다. 순간 대장동 사태가 선거에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는 총득표수 719,905표로 50.29%를 얻어 겨우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즉각 이낙연 캠프 측은 사퇴자의 득표도 총투표수에 합산해야 맞다며 당 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낙연 캠프 측의 주장대로 사퇴자의 표를 유효표로 합산하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2%다. 다시 말하면 과반을 넘지 못했으니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낙연 후보가 잇따른 열세에도 불구하고 결선투표를 자신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몇차례 이어진 패배 속에서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느니 하면서 결선투표를 의식했다. 그러면서 사퇴자의 표를 무효처리하고 있는 규정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상식선에서 득표추세를 감안해보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3차 슈퍼위크에서 청난 투표율과 득표율을 보인 국민선거인단의 투표 결과가 나왔다. 국민선거인단 투표율은 무려 81.39%로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율 74%를 크게 상회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는 대장동 사태를 민심이 무겁게 보고 있다는 증표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 캠프는 “3차 슈퍼위크 투표가 경기도와 서울 권리당원 투표와 같은 시기에 이뤄졌는데 민심과 당심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게 가능한 일이겠느냐. 누군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같다.”라고 분석했다.
3차 슈퍼 위크 투표 결과는 여태 진행된 국민선거인단 투표 성향과 동떨어진 결과였다. 특히 그 당시에 진행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와도 전혀 다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슈퍼 위크 투표가 진행되던 지난 8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25%, 윤석열 20%, 홍준표 12%, 이낙연 8%로 나타났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8% 지지를 받고 있던 이낙연 후보가, 25% 지지를 얻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2배 이상 차이로 이긴 투표결과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것이 중론이다.
결국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13일 경선결과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최종 확인했다. 당무위는 민주당 당헌당규의 유권 해석 권한을 갖는 당 최고 심의의결기구이다. .
이낙연 후보 또한 13일 오후 당무위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승리한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를 전하고 당과 대선 승리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일부에서 당을 떠나 신당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을 만큼 캠프와 지지자들의 반응이 심각했으나, 현명한 결론을 내고 전임 당대표의 위치로 돌아간 것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