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호남대첩서 완패 결선투표 무산 '위기'
이낙연 호남대첩서 완패 결선투표 무산 '위기'
  • 고병권
  • 승인 2021.09.26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낙연 후보, 고향인 광주 전남서 신승 불구 전북서는 과반 내주며 완패
- 정책대안 제시 없이 네거티브만 치중해 '될 사람만 민다' 호남 민심 못얻어
- "민주당 존재이유는 개혁, 후보들 모두 남은 경선서 비전 알리고 경쟁력 증명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 연설회에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과 함께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 연설회에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과 함께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될 사람만 민다.'

정치적으로 호남 민심을 대표하는 말이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선 판을 좌지우지해왔다.

특히, 호남의 이런 전략적 투표는 16대 대선에서 광주를 시작으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을 만들어내면서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

또 호남은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경쟁구도를 만들어냈다.

당시 호남은 2017년 대선 약 1년 전에 치러진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키워 안철수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어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호남에서 지역별로 59%대에서 64%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몰표를 받지는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역별로 23%대에서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호남은 역대 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통해 대선 판세의 큰 흐름을 좌우했다.

전남 영광이 고향이자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호남대첩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득표율을 절반 밑으로 끌어내려 결선투표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호남경선에서 패배하면서 결선투표의 불씨를 살려내지 못했으며 서울과 경기에서 불씨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를 펼쳐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전북 지역 순회경선에서 과반 승리를 거뒀다.

이날 오후 우석대 체육관에서 열린 경선 개표 결과, 총 투표수 4만838표 중 이재명 지사가 2만2276표(54.55%)를 득표하며 1위에 올랐다.

2위 이낙연 전 대표는 1만5715표(38.48%)를 얻는 데 그쳤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127표(5.21%)였고, 박용진 의원 512표(1.25%), 김두관 의원 208표(0.51%) 순이었다.

전북권 경선에는 총 7만6191명의 선거인단 중 4만838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53.60%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이낙연 전 대표가 호남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가는 이 전 대표의 네거티브 공세와 호남의 전략적 투표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을 줄기차게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는 특히 호남대첩에서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26일 우석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준비된 후보였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도 그런 후보가 필요하다"면서 "흠 많은 후보, 불안한 후보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성남 대장동 개발비리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며 "복마전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끝까지 파헤쳐 누구든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낙연 후보 측은 '형수 욕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쿠팡 화재 당시 먹방 촬영' '무료변론 논란' 등 이재명 후보 관련 공세를 주도하거나 때로는 옆에서 거들었다.

일부는 TV 토론회에서 후보가 직접 문제를 거론한 적도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 측은 방어적 차원에서 대응만 했을 뿐, 공세는 취하지 않았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이낙연 전 대표측의 대장동 비리의혹 등 공세가 되레 이재명 지사 쪽으로 역결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장동 이슈가 이 지사에게 악영향을 준 측면도 있지만 지지철회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선이 네거티브로 빠지면서 지역에 대한 공약이냐 정책이 사라지고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만 남으면서 경선 흥행은 물론 정치적 관심도 낮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추미애 전 법부무장관도 "네거티브와 무책임의 대명사가 민주당의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민주당의 존재 이유는 개혁이다. 개혁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발목 잡던 사람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며 "남은 경선에서 후보들 모두 비전을 알리고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경선은 민주당 경선은 내달 10일 서울까지 6차례 경선이 더 남았다.

제주(10월 1일), 부산·울산·경남(2일), 인천·2차 슈퍼위크(3일), 경기(10월 9일), 서울·2차 슈퍼위크(10월 10일) 등의 일정이 남았다.

/고병권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