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목민관(牧民官)을 자처하는가?
아직도 목민관(牧民官)을 자처하는가?
  • 전주일보
  • 승인 2021.09.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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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완주군 박성일 군수가 최근에 온라인으로 개최된 목민관 클럽 제17차 정기포럼에 참석해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일자리 혁신 사례와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목민관클럽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자발적인 협력과 연구, 상호교류를 위한 모임이다. 현재 전국 62개 지자체의 장이 참여해 지방자치행정 패러다임 전환, 마을 민주주의 확산, 민관협치 시스템 정착, 사람 중심의 지역공동체 회복 등을 선도해왔다고 적혀 있다.

박 군수는 지난해 9월 말에 열린 목민관클럽 민선 7기 후반기 임원진 구성에서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상임대표),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 등과 함께 2년간 공동대표로 선출되었다고 한다.

목민관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라는 뜻으로 고을의 원()이나 수령 등의 외직 문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나라가 온통 임금의 것이던 전제 군주 시대에 우매한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는 임무를 맡겨 내보낸 관리(벼슬아치)가 목민관이었다.

본 사설을 통해서, 또는 칼럼에서 이 목민관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부류의 잘못을 지적한 일이 여러 번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여론 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통령 후보로 옹립하는 시대, 오로지 국민의 눈에 들어야 공직을 맡아 할 수 있는 민주시대다. 지금은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쓰던 시대가 아니다.

그 목민관 클럽이라는 단체의 목적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지역 주민과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지방단체장의 모임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목민관이라는 건방진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백성을 기르고 가르치는 어버이 같은 존재라고 스스로 건방을 떠는 마음으로 과연 국민을 받들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국민이 뽑아주어 일을 맡은 머슴인 주제에 외려 주인 위에 군림하고 어른 노릇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목민관이라는 명칭을 극구 사양하고 공복(公僕)임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이런 자들이 단체장을 맡고 있으니 제대로 국민을 위한 행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얄팍한 수로 국민을 속여 표를 빼앗을 궁리만 한다.

눈속임으로 행정 실적을 부풀리고 눈에 보이는 일에만 신경을 써서 좋게 보이도록 위장하는 재주, 나랏돈으로 보조금을 주면서 제 것 주는 양 생색내는 기술이 능란한 자를 경계해야 한다. 겉이 호화로운 행정의 속을 들여다보면 텅 비어있기가 일쑤다.

아직도 자신을 고을의 수령이라거나 목민관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다음 선거에서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비대발괄하여 간신히 선거에서 표를 얻고 나면 금세 어른으로 둔갑하는 그들을 국민이 알아보고 표를 주지 않아야 제대로 된 머슴을 구할 수 있다. 행정조직을 관()이라고 인식하는 건 일본 강점 시대의 발상이다. 우리는 목민관 아닌 충직한 머슴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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