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선거판, "열 받는다"
코로나 속 선거판, "열 받는다"
  • 신영배
  • 승인 2021.07.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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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사원
신영배 대표사원

뜨겁고 짜증 나는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7월 하순이다. 오늘은 삼복(三伏)의 가운데인 중복(中伏)이다. 코로나19와 무더위에 부대끼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시원한 소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소식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신문과 방송, 포털 등의 언론사들은 연일 머릿기사로 코로나19와 대선 이야기를 다룬다.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후보들 이야기로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는데, 한결같이 초등학생들 수준의 말싸움에 그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나섰다니 그저 한숨이 나온다. 

이들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의 정책을 놓고 토론하기보다는 후보 개인의 사소한 신상 문제를 들추거나 원색적인 비방을 여과 없이 내뱉는다. 시쳇말로 “개판 5분 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민국의 내일을 염려하는 국민들 또한 점차 늘고 있는 분위기다.  

선거 취지는 좋은 후보자들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일이다. 그런데 내년에 치러질 대선은 누가 덜 나쁜 후보인지를 가려야 하는 비상식적인 선거로 흘러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어쩔 수 없이 하나의 후보를 골라야 하는 것이 선거라면 작금의 유권자들 마음은 매우 참담하다 할 것이다. 제발 추잡한 비방전은 이젠 그만하자. 팩트도 아닌, 대통령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안들은 언론이나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

특히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위는 지지자들의 대리만족은 가능할 지 모르지만, 표심을 움직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 숱한 선거에서 드러났음을 후보들은 인지해야 한다.

- ‘아무말 대잔치’ 

실제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는 20일 대구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얘기 많이 한다.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했다. 간접인용과 전언의 형식이었지만, 대구를 추어올리려다 다른 지역을 비하한 것이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가 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리신 것도 맞지 않느냐. 누구도 못 한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든지 그런 문제들은 존중받을 만한 결단이었다”며 특정지역의 표심을 자극했다. 

윤 예비후보는 최근들어 자신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얼마 전에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정책을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을 한 후 맘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 하면 하루 24시간,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5일 동안 일해야 120시간이 된다. 비난이 일자 그는 “근로조건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갖도록 해주는 게 좋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일터의 여건에 따라 충분하게 일한 후 자율적으로 쉴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가 되지만, 한 나라의 대권후보로서는 준비돼 있지 않은 대목으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은 코로나19와 추석 등이 맞물려 경선 일정을 한 달 뒤로 물렸다. 9월 초까지 TV토론과 지방 순회 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10월 초에 최종 마무리 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6명의 후보자 사이에 네거티브전이 날로 거칠어지고 심각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가는 이재명 지사와 추격하는 이낙연 전 대표 사이에 공방이 치열하다. 오래된 사건인 혜경궁 김씨 사건을 두고 이 전 대표측이 공격을 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옵티머스 사건 수사 중에 이 전 대표 측근이 사망한 경위를 밝히라고 맞섰다.

양 진영의 말싸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윤석열 호위무사’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지사측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박정희와 전두환을 찬양하던 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재명 지사의 군대 면제를 지적하자 이 지사는 곧바로 소년공 시절에 프레스에 끼여 굽어진 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급기야 민주당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섰다. 이 지사 또한 “비열한 꼼수 정치는 하지 말자”고 촉구했고 이 전 대표도 19일 인신 비방을 삼가고 캠프도 자제하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세균 전 총리도 “과거 회귀식 진흙탕 싸움에 선을 긋겠다.”고 선언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지만 그래도 구멍 뚫린 외양간은 시급히 수리를 해야 더 이상의 소를 잃지 않는 현명한 처사로 판단된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가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를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을 비롯한 야당 후보들은 집권 후 절대다석의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협치에 대한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마치 자신이 대권을 잡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양, 국민들을 호도해서도 안 된다. 유권자 또한 감성이 아닌 후보들의 공약과 인품, 능력 등을 면밀해 살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국민은 과대포장이 아닌 과거보다 달라진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정부와 정책을 원한다.

즉 모두가 믿고 따르는 멋진 정부를 원한다. 그래서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네거티브 선거전을 지양(止揚)하고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는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TV토론에서 상대의 말꼬리를 잡거나 찌르고 할퀴는 과거형 토론은 당내 경선이든, 본선이든, 이젠 끝내자. 그래야 정치도 살고 국민과 대한민국도 번창한다.  

우리는 길지 않은 민주주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짧은 기간에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인물이 양심을 제대로 지닌 사람인지, 국민을 나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식별할 능력이 심어졌다.

입만 살아서 떠벌리지만, 실속이 없는 사람, 말은 없어도 속이 깊어 아픈 마음을 토닥거릴 줄 아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어제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듯이 후보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그 후보와 함께 하는 내일을 점칠 수 있다.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 속여 자신은 물론 일부 특정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자들이 속출한다. 지금이 그 시기다.  그들은 자신의 입안에 든 그 어떤 것이라도 내줄 듯이 싹싹하게 대한다. 이젠 그들에게 절대 표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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