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 생각이 있다면
함께 살 생각이 있다면
  • 전주일보
  • 승인 2021.06.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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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정 선/수필가
최 정 선/수필가

  사람들은 시골에 가서 고요와 평화를 얻는 것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한다. 복잡한 도시의 삶과 소음을 피하여 이상적인 전원풍경을 꿈꾸며 시골을 찾은 사람들. 이들은 자연과 깊숙이 연결된 고요함과 쾌적한 삶을 위해 시골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농촌이라 해도 원하는 고요함과는 얼마간의 거리가 있다. 생업인 농사 활동으로 인한 소음마저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집약적인 농사를 짓는 지역이라면 더욱 전원에서 완전한 침묵을 바랄 수는 없다, 처음 시골에 살러 간 사람들이 소음에 대해 불평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과연 어떠한 소리를 듣고 싶은가.

  시골에서는 자연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가 있다, 목장에서 양들이 메에메에 우는 소리, 개울물이 쉼 없이 졸졸 흐르는 소리, ‘솨아솨아동산에서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가 있다. 마을 잔치나 행사라도 있게 되면 한낮을 내내 늦은 밤까지 흥겹게 북적이는 소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혹적인 시골 풍경에서도 조화로운 자연의 소리만을 기대할 수는 없으며, 원치 않는 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숲에는 우거진 나무들이 땅 위를 덮은 이끼며 고사리와 함께 지내며, 깃들어 있는 동물과 새들이 우짖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 비가 많이 내릴 때 빗소리도 크게 들린다. 이곳이 아예 조용하다고 상상해 보자. 떼지어 날아드는 참새 소리와 호오잇호로롱우는 휘파람새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곳은 생명이 살지 않는 황량한 곳이 될 것이다.

  선구적인 음향생태학자 머리 세이퍼는Marray Schafer - 많은 도시가 마찬가지로 시끄럽지만, 모퉁이를 돌아 뒷골목으로 내려가면 사람들 발길이 뜸한 조용한 광장을 만날 수 있듯이 도시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시끄러움보다는 상대적인 조용함이 필요하다. 인간이 만든 소리는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지만, 아예 들리지 않게 할 필요는 없다. 반면에 새소리, 나뭇잎 부스럭거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는 더 크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 자연의 소리가 커지면 도시의 삶도 더 평온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소음과 고요로 인한 많은 갈등과 사회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너와 나, 아파트의 위층과 아래층 사이, 전원의 평화로운 삶에서조차 간간이 일어나는 불화의 시간이 잘못 어그러진 관계로 하여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질 때면 과연 고요함과 시끄러움저 둘이서 어떻게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하며 조화롭게 손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잠시 격앙된 마음을 진정하여 상처를 아물게 하고 가까이 마주할 수 있을까. 가슴 아파하게 된다. 아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 있어 옮겨본다.

  - 한 프랑스 마을의 시장은 농가의 소음에 대해 누구도 불평을 제기하지 않도록 금지했다. 도시에서 막 시골로 내려온 사람들은 점점 수가 늘고 있으며, 자기들이 시골의 평화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선제공격 삼아 소송을 준비한 때문이다. 노르망디의 강에서 12마일 떨어진 세스니 옥스 비뉴의 주민 300명과 함께 살 생각이 있는 도시 거주자들은 수탉이 잠을 깨우거나, 당나귀 울음소리나, 교회 종이 시끄럽게 울려도 군말 없이더불어 살아야 한다 - 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 The Sound Book: The Science of The Sonic Wonders of The World.

(지상최고의 사운드세계의 음향적 경이에 대한 과학 : Trevor Cox 지음, 김아림 옮김: 2014)

  밤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올 때가 있다. 집안은 어둡고 무슨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는 마치, 커다란 무덤 속이다. 서둘러 T.V를 켜야 한다. 화면이 밝아지고, 사람들이 보이고, 사람들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내 마음도 환해지며 평온해진다. 내가 -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는 생명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완전한 침묵이 아니라 상대적인 고요함이다.

  지은 지 스물여섯 해를 지나고 있는 우리 아파트에서도 예의 소음 갈등이 많은지, 가끔 밤 10시 이후로는 특히 소음을 자제해 달라는 주문이 방송된다.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살 생각이 있다면 군말 없이더불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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