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단결(大同團結)하자
대동단결(大同團結)하자
  • 신영배
  • 승인 2021.06.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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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지난주 본란 칼럼에 전북 소멸을 걱정하는 글을 실었다. 여러분들이 공감하시고 걱정하는 말씀을 보내오셨다. 다른 지역에서는 광역단체들이 수도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느라 부심(腐心)하고 있는데 우리는 좁은 시군끼리 사소한 이익을 내세워 다투고 있으니 답답하고 앞일이 걱정이다.

최근에 전북과 경북이 전주-김천 간 철도 개설 문제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일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공생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에 발표한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순위도 밀렸다. 곰곰히 생각하니 전북도와 경북의 움직임은 일회성 행사처럼 언론에 보이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 대통령 공약사업인 광주-대구 간 달빛내륙철도 건설사업도 4차 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광주전남전북경남경북대구시 등 6개 시도지사가 공동으로 의견서를 제출해 정부와 정치권의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북은 들러리만 서고 다니는 셈이다.

이렇듯 수도권의 무한 팽창에 지방은 고사 직전에 몰려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우리는 아직도 태곳적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젊은 인력은 수도권과 대도시로 다 내주고 노인들만 남아 서로 내 앞에 더 많은 것을 놓겠다고 다투는 모양새는 진정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

 

지난 1일 김제시의회가 새만금사업법 개정반대 및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 신속 결정 호소문이라는 유인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 2월에 새만금 2호 방조제 관할권을 김제시로 귀속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으므로 2호 방조제 내의 새만금 동서도로 구간인 20.3구간의 관할권도 당연히 김제시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제시가 전라북도에 관할권 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전라북도와 새만금 개발청이 미루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 지역의 관할권 문제로 시군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만금 지역에 새만금 출장소를 설치해 통합 관리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일을 반대하며 시민들의 동조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와 새만금 개발청은 관할이 나뉜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일일이 해당 단체장의 승낙을 얻어야 하고 지역갈등이 이어지는 문제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아예 전라북도 관할로 두고 사업을 추진한 후 별도의 행정구역을 신설하거나 분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듯하다.

새만금 지역에 대한 전라북도 통합관리 움직임에 군산시도 반대를 표하고 나섰다. 지역갈등만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을 내놨었다. 이미 김제시 관할로 대법원 판결이 난 일도 군산시는 아직 승복하지 않고 최종 판단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전주시 항공대 이전과 대대 이전에도 이전 지역인 도도동 인근의 김제시와 익산시가 소음문제와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어나 전주시에 항의 방문하고 시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었다.

시군 간 문제는 작은 이해관계에도 첨예하게 맞서서 이익을 다투고 사소한 갈등 요인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수백 년 이웃으로 지내 온 같은 전라북도 도민들끼리 필생의 원수라도 만난 듯 작은 이해까지 따지며 다투는 모양새는 누가 뭐래도 볼썽사납다.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다툰다는 와우각상쟁에 다름 아닌 부끄러운 일이다.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이미 타 지역은 서로 팔을 벌려 껴안으며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 나라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의 흡인력에 대응해 살아남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야 할 오늘이다.

 

전라북도가 달라져야 한다

 

어제 본지 사설에서도 지적했던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과 행사 진행 문제만 해도 전라북도가 적극적으로 서둘러 시군간 협의를 진행하고 조율하면 전도민이 함께 축하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자랑스러운 행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5월 초에 고창은 무장 기포 기념제를 따로 열었고 정읍은 58일 기념행사를 가졌다. 부안군은 백산에 농민군이 집결해 조직을 갖춘 일을 따로 기념한다. 그리고 지난달 31일부터 전주시가 복원한 전라감영에서 전주성 함락과 전주화약, 집강소 설치 등의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행사를 오는 11일까지 진행한다.

당시는 사대부들이 농토를 독점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소작이거나 농노에 가까웠다. 밑바닥 농민들, 최하층의 백성이 뭉쳐 일어나 나라의 탐관오리를 징치(懲治)하고 폐정을 개혁하는 집강소를 설치하는 등 민주화 운동의 불씨를 심었던 일을 우리는 자랑하고 되새겨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전라북도는 거의 무관심이다. 도지사는 마지못해 서울 기념식에나 참석할 뿐, 전북의 자랑거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테마 관광이 대세인 요즘에 도민과 국민의 관심을 일깨우고 민주주의를 새롭게 실감하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호재(好材)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전라북도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관리가 우매한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던 봉건시대가 아니다. 아직도 목민관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고 도청이나 시청, 군청을 관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행정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저 앞을 바라보고 가는데 지역 정치권은 묵은 시대의 발상으로 자신들이 리더라고 자부하며 어른 노릇이나 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모두 국민이 뽑은 일꾼이다. 일꾼이 주인의 시선을 외면하고 제멋에 겨워 군림하는 태도는 이젠 버려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시선이 대단히 불안하다. 자격이나 경험 등 능력보다 일시적인 여론의 흐름에 표가 쏠리는 분위기 선거 풍조가 만연해서다. 이런 때일수록 차분하게 흥분하거나 뇌동(雷同)하지 않고 지켜보자. 그러면서 나와 나라,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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