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소멸을 생각해보자
전북 소멸을 생각해보자
  • 신영배
  • 승인 2021.05.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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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지난 24일 치 본지 1면 머리기사에 전주권을 광역화 해, 국가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21일 서울 행정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제기된 방안이다. 광역시 지역과 없는 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지나치게 벌어져 균형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과 동남권, 충청권에 세 개의 그랜드 메가시티를 만들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두 곳의 통합형 메가시티, 그리고 전북-강원-제주의 3개 강소권 메가시티를 구성하는 이른바 3+2+3 광역권 추진 전략을 내놓았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과 경남을 주축으로 울산지역을 합한 부경 세 지역, 충청남북도와 세종시대전시는 지역 단체장들이 그랜드 메가시티 추진을 합의해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기본 구상은 이미 끝난 상태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원래 경제와 문화 등의 생활권이 연결돼 있으니 통합형이랄 것도 없다. 문제는 광역시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전북과 강원이다. 제주도야 자치도로 지정돼 있고 지역 특색을 살려서 발전하고 있으니 문제 삼을 일이 없다.

문제는 3+2+3이라는 지역 구분에서 가장 취약한 전라북도다. 역사적으로 농업중심지이고 먹을 걱정을 덜 했던 배경에서 안일하게 살던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모든 사안에 대처하는 일이 느긋하기 그지없다.

전북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젊은이들과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바람에 인구는 반 토막으로 줄고, 결국 노인들만 남은 농촌에 땅덩어리만 덩그렇다.

 

수도권 블랙홀이 온 나라를 빨아들여

 

최근에 메가시티 구상이 나온 배경에는 수도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바람에 지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 사정이 있다. 나라 인구의 절반이 몰린 수도권이건만 지금 이순간도 끊임없이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직시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울의 정부 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세종시를 행정 수도로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중심은 수도권에 있다. 한때 수도권에 공장이나 대형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가 있었으나 어느결에 슬그머니 풀어놨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이른바 일류대학이 몰려 있다. 이 바람에 지방에서는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세제와 부지 제공 등의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해도 지방에 공장이나 본사를 두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없다. 결국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의 값싼 토지에 공장을 짓고 세월이 흐른 뒤에도 땅값이 그대로이지만, 수도권에서는 수년이 지나면 몇배 몇십 배로 올라 기업의 자산이 저절로 불어난다. 이런 상황이니 지방에는 수도권에서 규제를 받는 공장이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북적거리는 수도권에서 부대끼는 삶이 싫어도 지방에 오지 않으려는 건 기회가 적고 변화가 없는 가운데서도 자기 발전조차 이룰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가운데 수도권에 버금가는 주거환경과 인재 육성, 매력적인 일자리 등을 만들어 지방을 살려보자는 데서 메가시티 움직임이 나왔다.

그리고 그 구상들은 이미 기정사실로 굳혀져 충청권과 부울경권이 손을 잡고 추진을 시작했다. 여기에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이미 공동생활권을 이루고 있으니 민주당의 구상대로 +2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다음에 처지기로 남은 곳은 전북과 강원, 제주도다. 이들 지역은 이미 메가시티 구상 자체에서도 제외됐다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처지기 지역이니 강소권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멀리 떨어진 세 구역을 묶어 말할 뿐, 시간이 지나면 소멸할 지역이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전북은 그동안 전주시라도 특례시로 지정해달라고 사정을 해보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그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전북,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수도권이 다 먹어 치운 밥상에 부울경과 충청권이 덤벼 남은 접시를 핥고 있는 상황에 늦게 숟가락을 들고 기웃거려 보아도 밥알 하나 차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렇다고 광주ㆍ전남권에 붙어봐야 그들에게 명분만 키워줄 뿐, 우리 전북이 얻을 건 없다. 호남이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그들에게 모든 것을 털린 전북이다.

일찍 오늘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지역의 힘을 모으고 키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말하기 앞서, 이런 정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즉 전주-완주 통합 문제가 나왔을 때, 이의 없이 합쳐서 조금 더 큰 도시로 발전했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대응하기가 조금이라도 나았을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의 지적처럼 일단 전주와 완주, 익산과 김제까지 묶는 광역도시를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본다. 그래 봐야 100만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일단 광역시로 승격해야 전북 메가시티의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또한 새만금의 배후도시로 인력 양성과 안정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원하던 새만금 산단 육성과 수변도시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메가시티의 개념은 행정통합도시가 아닌 경제문화생활권을 통합을 말한다.

그렇게 구축한 메가시티는 기간 교통망을 확대하고 보완해 일일생활권으로 형성하고 상업지역, 공장지역, 문화시설 지역, 주거지역을 분리해 지역별 특성을 살려 발전하게 한다가장 늦게 시작하는 이런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오늘이다.

아직도 새만금 방조제와 도로 관할 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전주 항공대와 군부대 이전을 두고 시위를 벌이는 등 군산과 김제, 그리고 부안 등 지자체간 갈등으로 맞설 때가 아니다.

모두가 전북이 살아남을 방안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이대로는 자칫 전북이 분해되어 이리저리 찢겨 나갈 판이다. 필자의 단견으로 전북이 살아날 방안을 말하는 게 우습겠지만, 일단 모두의 마음을 모아 오로지 살길을 찾아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살길을 찾자.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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