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앞에 불려간 골목대장
두목 앞에 불려간 골목대장
  • 전주일보
  • 승인 2021.05.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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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지난 21, 미국에 간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법 분위기를 잡아가며 회담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바이든 집무실 테라스에서 37분간 단독회담을 한 뒤에 적은 인원만 참가하는 소인수 회담 57, 국빈 만찬장에서 77분간 확대회담을 했다고 한다. 중간 휴식 시간까지 합하면 187분 동안 회담이 진행되었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에 기분이 퍽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목 앞에 불려간 골목대장의 처지로는 나름 많은 소득이 있었다고 자위하는 듯했다. 모더나 백신을 삼성바이오에서 생산하기로 했지만, 한국에 우선 제공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원하는 한국기업 투자를 약속하고 미사일 제한을 풀었고 북미대화의 끈을 이어 놓은 정도의 소득이 있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또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고하게 보일 때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공연히 시간만 끄는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했다. 아울러 그는 인도네시아 주재 성 김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대북 문제를 매듭지을 준비가 되었다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미사일 주권(?)

 

이번 회담의 성과 가운데 그동안 미사일의 거리와 중량, 연료 사용 등을 제한했던 것을 미국이 완전히 풀어 준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마음대로 나라를 지키는 미사일조차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도록 제한을 받아야 했고 미국은 무슨 권한으로 우리의 미사일을 제한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78년 한국이 사정거리 180의 탄도 미사일 백곰을 개발하자 미국은 한국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당시 주한 미군 사령관 위컴은 19799월 탄도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권고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냈다. 이에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이 동의하는 답신을 보냈다. 이것이 미사일 지침이 되어 사정거리 180, 탄두 중량 500으로 우리 미사일을 제한하는 빌미가 됐다.

그 뒤에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가 미사일 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110월에 300로 거리가 늘었고, 201210월에 800로 거리를 늘렸지만, 중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201711월 탄두 중량을 해제했고 지난해 4차 개정에서는 고체연료 사용 제한도 풀렸다. 그리고 이번에 완전히 제한을 푼 것이다.

이 일을 다시 생각해보면 주한 미군 사령관이 우리나라의 미사일을 제한할 만큼 우리는 군사적인 면에서 시시콜콜 미국의 간섭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에 미국이 어떤 자격으로 간섭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분통이 터진다.

이 나라는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다. 1953년에 휴전협정을 통해 휴전상태인 땅덩어리이고 전쟁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이다. 당시 우리는 휴전협정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이승만은 휴전에 반대하며 북진통일을 주장하다가 휴전 당사국 지위를 포기했다.

주한미군이 이 나라 어디든 군사용으로 내놓으라면 비워주어야 하는 나라, 내 나라이건만 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땅이다. 성주의 멀쩡한 골프장을 사드 기지로 내어주고 자꾸만 들어오는 사드 포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모르는 듯 눈감아야 하는 나라다.

우리가 간절히 종전 선언을 바라지만, 미국은 종전하면 이 나라를 주무를 명분이 없어지고 무기도 덜 팔게 될 것이므로 우리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남의 땅에 군대가 멋대로 주둔하면서 주둔 비용을 내기는커녕 방위비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돈을 받아 챙기는 그들이다.

 

미국의 꾀에 넘어가지 않아야

 

앞서 말한 대로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 회담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일은 한국의 삼성과 LG, SK가 함께 미국에 가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일과 미사일 제한을 푼 일이다. 세 회사가 44조 원의 투자를 약속한 금액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품목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투입되는 것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는 세계 경쟁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품목이고 삼성의 기술력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거기에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생산공장이 미국에 들어서면 그에 따른 부가 산업까지 함께 발전하게 되고 자꾸만 뒤처지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도 안정될 수 있다.

아울러 미사일 제한을 풀어주고 한국에 미사일 기술을 더 높은 수준에 이르도록 지원하면 한국의 무장 능력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동북아 전진기지가 든든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이번 미사일 제한을 풀어준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의 코앞에 있는 한국의 무력이 강해질수록 미국은 유리하다. 점점 커가는 중국의 위협과 가장 먼저 맞닥뜨릴 수 있는 곳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인데 그 최근 거리에 중무장 기지를 두는 포석이 한국군의 공격 능력 향상일 터이다.

문 대통령을 환대한 미국의 속셈은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을 유치하면서 한국의 군사력을 증대시켜 중국의 힘을 견제하려는 뜻이 숨어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임기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지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도 미국의 의도가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일 것이다.

미국의 제한이 풀렸다 해서 섣부르게 우리가 미사일개발 경쟁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미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가진 우리다. 혹시 철모르는 강경론자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 군비 경쟁에 나설까 지금부터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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