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지효(反哺之孝)
반포지효(反哺之孝)
  • 전주일보
  • 승인 2021.05.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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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광 섭/수필가
문 광 섭/수필가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까마귀의 지극한 효성(孝誠)을 빗대어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 은혜에 보답하는 효()를 반포지효라 한다. 까마귀는 알에서 부화한 뒤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어미가 늙으면 먹이를 물어다 어미에게 가져다준다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의 진나라 때다. 왕이 덕망 있고 학식이 깊은 이밀에게 큰 벼슬을 내리자 집안에 늙은 할머니가 있어서 봉양해야 하기에 벼슬을 맡을 수 없다며 사양했다. 왕이 이밀의 효심에 감동하여 큰 상을 내리고 치하하였다.

얼마 전 치매를 앓는 늙은 어머니를 택시에 태워 서울 주택가 골목에 버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천륜이 무너진 참담한 세상을 보며 몸서리친다.

죽마고우(竹馬故友) L이 뇌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지도 8개월째다. 서울서 4개월이나 입원했다가 지금은 전주에 내려와 재활 치료 중이다. 코로나 때문에 찾아볼 수도 없어 아들 편에 소식만 전해 듣고 있다. 하지만 사순절 종교행사 관계로 2주간이나 소식이 끊겨 최근 상황이 궁금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주말엔 으레 다녀가는 걸 알아서다.

제가 다시 전화 걸게요.”

하더니 보이스톡 영상통화로 걸려왔다. 친구 얼굴이 나왔기에 반가워서

나야! 힘들지? 친구들이 보고 싶어도 못 가고 있어. 코로나 때문에!”

라고 말해도 눈만 껌벅거렸다. 잘 안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그러나 싶었다. 다만 아들이 옆에서 뭐라고 설명하니까 고개만 끄덕거렸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렇게 첨단 통신기기를 이용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하지만, 내 손전화기 특수성을 잘 모르는 아내가 자기 핸드폰보다 곱절로 나오는 통신 요금만 빗대어 날마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한 적이 있다. 그냥 여기저기 문자로 연락하다 보니 그러노라고 둘러댄 적이 있다.

보이스톡이 끝나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데 ~하고 알림이 있었다. 다시 스마트 폰을 켜니 방금 통화한 친구 아들에게서 영상이 왔다. 아버지 재활을 위해서 손가락 펴기를 아버지에게 익혀주며 하나, , ‧‧‧을 직접 하는 영상이었다. 한데, 아버지를 리드하는 대화가 마치 선생님이나 된 듯 사용하는 어휘가 하도 세련되고 훌륭해 탄복했다.

아니 이 사람이 요즘 아이(사실은 40대 중반) 맞아?’ 했다. 그러잖아도 그동안 여러 차례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까 친구가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는 부러움과 지극한 효심이 가슴에 닿았다. 지난 7개월 내내 서울로 전주로 군산으로 오가느라 힘들었을 터인데도 마치 부모가 자식한테 하듯이 아버지께 쏟는 정성을 보자니 목이 메었다.

내 나이 팔십 문턱에 들었지만, 이렇게 착하고 효심이 지극한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버지한테

아빠! 손 펴 보세요! ! 잘하신다! 그렇지요!”

라는 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내 가슴을 후비면서 한없이 눈물지게 했다. 이건 그의 아버지가 평소에 가정교육을 통해서 뿌린 씨앗이리라!

아직도 우리 주위엔 이렇게 부모를 극진히 봉양하거나 효도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뉴스거리로는 비정상적인 일에 시선을 집중하기에 좋은 일은 가려지기 마련이다. 어렸을 적에 내가 하찮은 문제라도 일으킬라치면 어머니는 우리 일상 또한 착한 일이 많았더라도 나쁜 일 하나에 가려지니까 아주 작은 행실 하나도 똑바로 해야 하는 이치라고 당부하셨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대국 10위권에 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가문이 해체되고 가족이 핵 분화하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때문에 방송을 켜는 것조차 두려운 세상이 돼가는 게 더 안타깝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모처럼 친구 아들의 훌륭한 모습에 감동했기에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어서 행복한 밤이다. 부디 착한 아들의 지극 정성을 봐서라도 하루빨리 쾌차하여 그 옛날로 돌아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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