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
  • 전주일보
  • 승인 2021.05.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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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부부의날, 성년의날이 몰려있는 달이다. 여느 어린이날이었다면 동물원과 놀이공원에 인파가 몰려 한창 홍역을 치르고 있을 때이건만, 이번 어린이날에는 동물원으로 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하지 않고 입장 숫자도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앗아가 어린이날도 가정의달도 희미하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던 어린이날 자치단체의 행사도 아예 없거나 비대면 행사로 치러져 어린이들은 즐겁지 않다. 적어도 하루만은 주인공이 되었던 즐거움을 빼앗긴 것이다.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불명예를 안고 실질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출산을 늘리고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잘 기르는 일이다. 이대로 가다 보면 이 나라에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민족의 주체성도 사라질 판이다.

가뜩이나 적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지나친 이기주의 속에 자란 철없는 부모의 손에서 버려지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는 사례가 늘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제가 낳은 자식을 귀찮게 생각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는 욕설을 하지만, 짐승들은 적어도 제 자식을 고의로 팽개치지 않는다. 강한 자식을 기르기 위해 허약한 개체를 포기하는 일은 있지만, 하나 낳은 새끼를 버리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간, 특히 요즘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자식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때로는 떳떳한 부부관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해서 자식을 버리거나 죽여 없애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어려운 형편에서 남들처럼 양육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여리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버리는 일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고 패륜이다.

흔해진 이혼에서 자녀는 귀찮은 짐이고 자유를 붙들어 매는 족쇄라고 생각하여 쉽게 버리는 일도 문제다. 축복받지 못하는 관계에서 출산한 아이들, 부모의 문제로 버려지거나 생명을 잃는 아이들도 모두 나라의 동량으로 자랄 수 있다.

어린이날은 유복한 가정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리며 사는 아이들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불행을 겪는 모든 어린이가 함께 관심을 받고 즐거워해야 하는 날이다.

유난히도 유교적 사고방식이 짙게 남아있는 우리나라는 정상 혼인 관계에서 출생한 아이들만 인정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상 혼인 관계이든 비혼 관계이든 태어난 생명은 다 같고 소중한 우리 국민이다.

아직도 조선 왕조의 통치 수단이던 유교적 사고에 젖어 변화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구시대의 사고방식이 판을 쳐서는 안 된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모든 곳에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 열린 사회를 만들어야 어린이가 더는 희생되지 않는다.

나라가 불행한 아이들을 거두어 책임지고 교육하는 제도를 만들어 태어나는 생명이 한 명도 희생되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퍼붓는 예산이면 모든 불행한 아이들을 다 거두어 뒷바라지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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