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移居
이거移居
  • 전주일보
  • 승인 2021.05.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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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소나무를 트럭에 옮기고 있었다

고향 땅을 떠날 수 없다는
소나무와
바빠 죽겠다는
크레인 가사가
한판 씨름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앉았던 까치 한 마리
나는 어떻게 하라고
코딱지만 한 보상으로 어디다가 몸을 의탁할 수 있느냐며
울부짖는다

뿌리를 옮긴다는 것은 조상을 팔아먹는 일이라고
소나무가 악을 쓰자
크레인이 소나무의 허리를 껴안는다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늙은 소나무의 몸부림에 놀란
용담댐이
물속으로 얼굴을 쳐 박는다

ㆍ 용담댐 : 전북 진안군 용담면 월계리 금강 상류에 있는 댐


소나무는 우리 겨레의 기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애국가 구절에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며 영원토록 푸름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소나무가 장수와 건강을 뜻하는 데 사철 푸른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옛 그림에서는 수복강령壽福康寧을 염원하는 뜻으로 십장생도十長生圖에 소나무를 등장시켰다. 솔방울은 결실이자 풍요를 나타내고 다복과 자손의 번창을 의미한다. 소나무가 민족의 상징인 이유는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이라 하여 솔가지를 걸었고 결혼식 때는 기러기와 함께 솔가지를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농기구인 곡괭이, 호미자루는 물론 죽으면 소나무 관에 넣어 묻었다. 또한 건축재로도 많이 쓰여 국가적으로 보호를 받았다.

소나무는 '솔'이라고도 불리며 '솔'이란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소나무 중 으뜸은 금강형 소나무로 춘양목 또는 미인송이라고도 불린다.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李圭報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날씨가 추운 뒤에야 송백松栢이 맨 뒤에 마른다는 것을 안다’고 하였다.

모든 식물 가운데 절개를 지키는 것으로는 소나무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평안도 지역의 동북형, 황해도 지역의 중남부평지형, 강원도 지역의 금강형, 충청도 지역의 위봉형, 경주 주변의 안강형으로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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