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에 선 사람들
난간에 선 사람들
  • 전주일보
  • 승인 2021.04.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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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닐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벚꽃이 지는 때에 비가 내려 멋진 화우(花雨)를 놓쳤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면서도 가끔은 심술을 부린다.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한 데서 비롯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가 이태 째 계속하면서 모두 코로나 피로와 지겨운 상황이 괴롭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500명을 넘어서며 4차 대유행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서는 오늘이다. 정부는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연일 주문하지만, 오랜 세월 코로나와 함께 살면서 경각심도 줄고 자포자기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절기상 청명(淸明)인 오늘, 하늘이 맑고 공기가 깨끗하다는 날이언만 하늘은 잔뜩 찌푸려 비가 내리고 있다. 오후부터 비가 그쳐 밤부터는 맑은 날씨를 보인다는 예보다. 우중충한 사람들의 마음처럼 날씨도 불편하고 변덕이 심하다.

인간은 서로 의지하고 교감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데 만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 무슨 일을 해도 어설프고 즐겁지 않다. 함께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렇게 오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은 이제 폭발 직전이다.

어딘가에 대고 화풀이라도 해야 속이 다소 가라앉을 터인데 그 대상은 정부와 여당에 쏠리는 듯하다. 4.7 보선 사전투표가 20%를 넘어 사상 최다였다니 그런 화풀이 심리가 투표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면 서울과 부산 양대 도시를 보수 야당 시장이 차지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4차 코로나 대유행 조짐

 

지난달 말부터 500명대에 진입한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5일째 계속되고 있다. 사우나, 공장, 가족 감염 등으로 이어지던 추세가 다시 종교계의 집단 모임으로 번지는 추세가 심각하다. 더구나 부활절 행사를 고집하는 교회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오늘 부활절이 지나면 얼마나 많은 확진자가 나올지.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아직 전혀 안심할 상황이 아닌데도 곳곳에 사람들이 몰려 코로나 상황이 끝난 듯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봄나들이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축제가 취소되고 유명 지역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백화점 봄세일이 북새통을 이루고 교회 부활절 행사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우리 전북도 지난달 2925명을 시작으로 41일에만 15명으로 잠시 주춤했을 뿐, 20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감염은 서울 모 교회 목사가 지역을 순회하며 시행하는 치유 은사집회였다고 한다. 목사가 병을 낫게 한다는 터무니없는 행사가 전주와 대전, 횡성 등지를 순회하며 진행된 모양이다.

치유 은사라는 행사는 신체 접촉도 있고 함께 큰소리로 기도하고 노래하는 등 방역수칙을 완전히 거스르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하나님의 능력을 빌어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는 맹랑한 설정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런 일이 아직도 첨단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니 답답한 일이다.

비교적 확진자가 적게 나왔던 전북에 최근 매일 2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전주시가 2일 정오를 기해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여 시행하고 있다. 아마 부활절을 앞두고 교회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2단계 행정명령을 발동하였을 것이다.

이번에 확산을 막지 못해 4차 대유행이 오면 지난 시절의 확산 형태보다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한 확산세를 보일 것이다. 느슨해진 방역 의식과 피로감이 절정에 달해 조심하기보다는 설마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4차 확산의 분수령이 될 오늘(일요일), 제발 대규모 확산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깜깜이 감염이 20%를 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가 이어져서는 큰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이 위기를 넘어서고 11월까지 백신 접종이 거의 마무리 되어야 한다. 지금은 봄이어서 들뜨고 느슨해질 때이지만 다시 맘을 추슬러 극복해야 내일이 있다.

 

난간에 몰려 허둥대는 사람들

 

코로나 사태 이후 대부분 자영업자와 사람을 대하는 사업을 하던 이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밖으로 나돌기보다는 집안에서 활동하게 되어 식당업, 대인 판매업, 관련 상품 생산자가 모두 버틸 힘을 잃고 널브러졌다. 유동 인구가 줄면서 작은 규모로 운영하던 카페나 서비스업종은 거의 문을 닫았다.

거리마다 빈 가게가 즐비하고 모아놓은 돈은 이미 바닥이 나서 대출로 꾸려나가는 업체와 가계가 태반이다. 코로나에서 비롯한 경제 사회적 문제들은 만만한 정부에 원망이 밀려간다. 이런 가운데 보궐선거가 치러지니 정당 같지도 않은 무리가 득세하여 큰소리를 치고 있다.

문제는 보궐선거나 내년의 대선에 있지 않다. 당장 살아갈 동력을 잃고 허둥대는 사람들, 난간에 몰려 벼랑으로 떨어질 지경에 이른 민생을 어떻게든 추슬러야 한다. 어떤 자들은 정권만 생각하고 오로지 권력을 위해 매달리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현 정부의 실패만을 노린다.

입만 열면 국민이고 민생이지만, 그들이 하는 짓은 오로지 권력 쟁취를 위한 투쟁이다. 마음을 모아 국민이 사는 길을 열어야 나라도 있고 권력도 쓸 수 있다. 반대와 헤살만을 일삼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우선 급한 불은 끄는 것이 우선이거늘, 외려 불에 기름을 끼얹는 훼방꾼 노릇에 열중한다.

절망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안정시켜서 살길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북돋는 정치가 이 시대 최대의 과제다. 여나 야나 할 것 없이 국민의 눈을 현혹하여 보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데 주력한다. 선동하고 회유하거나 부추겨서 반발심리를 이용하려는 얕은꾀에 모두 넘어가는 건 아니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어 어려운 이들이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난지원금 얼마를 주어서 그들의 살길이 열리는 건 아니다. 오늘의 상황에 맞는 업종별 문제점을 파악하고 돕고 정비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수가 많은 업은 정리하여 줄이고 새로운 업종을 개발하고 권장하는 일등 정치가 필요하다.

코로나를 극복하고 난간에 몰린 이들을 구하는 정치가 내년 대선에서 권력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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