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며
  • 신영배
  • 승인 2021.03.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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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황사와 미세먼지가 세상을 덮어 숨쉬기가 어렵더니 오늘은 조금 나아졌다. 벚꽃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봄이 무르익고 있다. 온갖 꽃들도 다투어 피느라 한창이다. 계절은 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갇혀 집을 벗어나는 일이 어렵다. 표정을 감춘 채 눈만 뒤룩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일상이 이젠 지겹다.

TV마다 연일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 분위기를 전하느라 시끄럽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보아야 알 일이다. 워낙 신뢰를 잃은 그들이어서 표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LH 투기 사건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근절 문제로 온 나라가 술렁인다. 부동산 투기는 산업화 이후 재산을 불리는 가장 쉽고 유력한 수단으로 적폐 중 적폐였다. 그 투기가 중첩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근래 들어서는 서민들은 평생을 벌어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기 1년 남은 이제야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나선 일이 안타깝지만, 1년이면 웬만한 건 다 잡아낼 수 있고 거대 여당의 힘으로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법을 만들 수 있으니 외려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LH 투기사건이 터지고 국민의 반감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아니면 이런저런 반발에 부딪혀 수사와 제도적 방지 장치를 마련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문 정권의 실패가 안타까운 이유

 

이명박 정권은 경제통이라는 환상으로 국민을 속인 후 대통령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다가 결국 감옥에 갇혔다. 그 뒤에 세상물정 모르는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세워두고 최아무개와 정권 실세들이 국정농단을 일삼다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됐다.

그 꼴을 참다못한 주인들이 촛불을 들어 부실한 권력을 불태워 끌어내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고 현 정권을 탄생시켰다. 양극화로 치닫는 사회를 다원화하고 비뚤어진 운동장을 바르게 하라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 탄생한 문 정권은 반드시 성공해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심성이 곧고 착한마음만으로는 나라를 이끌 수 없었던 같다. 오랜 산업화와 독재 시대를 건너면서 뿌리 깊이 자리 잡은 언론, 검찰, 법원, 보수정치 집단 등 기득권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거대 언론들이 딴지를 걸고 인사 때마다 샅샅이 파헤친 정보가 야당에 흘러 들어가 반대 명분을 내거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개발독재 시대와 산업화 사회를 거치면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으니 능력자를 구해도 한사코 고사(固辭)하는 바람에 기용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사회 전반에 과거 정권의 촉수가 깔려 새 정권이 성공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더구나 검찰과 사법개혁을 지상과제로 삼은 데서 그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날마다 황색언론의 반대와 거짓 정보를 포함한 방해 기사가 지면을 덮어 국민 여론을 호도(糊塗)했다. 검찰개혁이란 명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악수로 되레 강고하게 뭉치도록 만들었다. 단단한 조직에 시멘트를 부은 셈이다.

부동산 정책을 25번이나 발표할 만큼 집값 문제에 고심했지만, 해법이 나올 수 없었다. 투기와 투기로 이어지는 집값 문제, 낮은 금리와 급변하는 IT기술, 거기에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가세해 돈이 갈 곳을 잃어 주식과 부동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격변기에 나라 경제를 휘어잡아 이끌 여건이 불리했고 인재도 없었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 전반을 흔들어 세계 모든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감내해야 하는 불운이 겹쳤다모든 책임은 정부에 몰리고 사면초가에 빠진 정권은 최후 수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바로잡는 길을 택했다. 그것도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와 변협의 고발로 시작됐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부동산값이 상당 부분 잡힐 수 있고 그로 인한 불평등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독려해 기필코 투기를 이 땅에서 몰아내겠다니 지켜볼 일이다. 어쩌면 이번이 투기를 없앨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일 수는 없다

 

우리는 지난 시절에 "우리가 남이가?”라며 끼리끼리 잘해 먹고 잘사는 시대를 기억한다. 힘센 자의 옆에 붙어서 알랑거리며 떨어지는 떡고물을 주워 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던 시대다. 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언론사주가 큰소리를 치고 가난 구제는 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법이라며 한쪽에서 비참하게 사는 이들을 외면하던 시대가 있었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은 바로 그런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요즘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재기를 노리는 묵은 시대의 인물들이 가끔 보인다. 그리고 촛불에 반대하는 집단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이 유력 후보로 선거에 등장해 거들먹거린다. 아이들의 무상급식을 막겠다고 시장직을 걸었다가 떨려난 인물이 선거 여론조사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사사건건 반대와 장외 투쟁을 일삼다가 총선 후에 정계를 떠났던 인물들도 슬금슬금 복귀를 노리는 몸짓을 보이고 있다. 권력으로 세상을 눌러 지배하던 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세상이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더 젊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물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세력을 지키고 이념을 내세워 국민을 위험에 몰아넣는 집단이 다시 나라를 주무르게 할 수는 없다잃어버린 10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하는 그 세력들은 이젠 묵은 추억으로 일선에서 사라져야 하며 시대를 거슬러 돌아가려는 집단을 경계해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품에 걸려들면 끝장이다. 이 빠른 변화의 시대에 후진 기어를 넣고 달리겠다니 가당치 않은 일이다이 어려운 여건을 뚫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이끌어줄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우리 스스로 길러야 한다.

앞으로 1, 코로나 시대를 잘 견디며 슬기롭게 지켜보며 바른 지도자를 찾는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우리의 사명이다. 그럴듯한 거짓에 속지 않고 좋은 인물을 찾아내야 '나라다운 나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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