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디지털 표준 전쟁中
세계는 디지털 표준 전쟁中
  • 전주일보
  • 승인 2021.03.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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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전 세계가 디지털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더 많은 데이터와 온라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국 정부는 디지털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고자 R&D 투자와 기술혁신 지원, 그리고 범국가 차원에서의 디지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디지털 표준이다. 디지털 표준이 왜 중요한지 미래 대표 산업 분야인 자율주행을 가지고 살펴보자.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 제조업 뿐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한 자동차 부품과 소프트웨어, 반도체, 자율주행 정보 송수신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와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계된 교통시스템 개발, 자율주행 도로 인프라 구축 건설업, 차량공유 플랫폼 산업 등 무수히 많은 디지털 기술과 산업이 연관되어 공급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이 거대한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생태계가 이루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력, 기술, 자본, 노력이 필요하다. 자율 주행 개발에 구글, 바이두, 애플, 삼성 등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공도(公道) 자율주행 테스트를 신고한 기업이 36개사에 이른다. 미국이 19개, 중국 9개, 한국 2개, 독일 2개, 일본 2개, 프랑스 1개, 헝가리 1개사로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신고 기업 업종도 IT 업체가 주류를 이루지만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부품 업체, 반도체 업체, 라이드 쉐어링 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율 주행 방식도 테슬라는 카메라 센싱 방법을, 다른 기업들은 라이다를 중심으로 한 웨이모 방식으로 다르게 채택하고 있다.

추진 전략도 테슬라는 독자 자사 우위개발 방식을, 중국 바이두는 도요타 등 세계 100여 개 업체와 연합해서 개발하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자율 주행 시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제 자율 주행 관련해서 군웅할거 시대는 끝나고 미국과 중국 기업으로 집약되는 것 같다. 자율 자동차 주도권도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가르고 있어 자동차 메이커에서 IT와 반도체 업계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미래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관련 기업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EU,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은 디지털 기술과 경제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디지털 전략을 추진중이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버보안 등의 디지털 기술을 디지털 표준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고 디지털경제 전환을 주도하고 있으며, 디지털경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 사이버 전략을 추진중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안보와 통상을 연계하는 특징이 있다. 미국은 디지털통상 전략상 데이터 자유이동, 데이터 현지화 요구 금지, 암호화 기술 관련 ICT 규제 금지, 위험 기반 사이버보안 강화를 일관되게 지지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 표준전략과 기술동맹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디지털 단일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EU 디지털 표준 개발과 데이터 보호,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 확립에 초점을 둔 전략을 추진중이다.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디지털서비스법, 역외보조금 조치 등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질서와 제도적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어서, 미국 기업과의 디지털통상 마찰은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중국표준 2035」등 국가 주도로 주요 경제, 산업, 표준화 정책을 통해 디지털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디지털경제 강국이 되려고 적극적이다. 디지털 기술과 비즈니스 경쟁력 측면에서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있다. 특히 중국이 디지털경제를 확대하고 중국 네트워크를 확대할 목적으로 채택한 ‘중국표준 2035’ 전략은 향후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략은 2020년 7월에 발표된 「디지털 뉴딜」이 중심이다. 이 전략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국가발전을 목표로 하는 5개년 계획 크게 4대 분야 12개 핵심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디지털 경제에는 본질적으로 국경이 없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은 디지털 협상을 통해 자국의 무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포괄적인 전략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도 디지털통상 환경과 전략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 디지털통상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 타 국가들의 디지털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로 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거미줄 같은 규제또한 제거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과 표준 협력을 추진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디지털 무역 표준과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통상리포트(디지털무역 표준 논의 동향과 시사점)를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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