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치의 진화(進化)를 기대한다.
지방정치의 진화(進化)를 기대한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3.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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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뉴스라인이 화려하다. 시군마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시책을 발표하고 행정성과를 부풀려서라도 자랑하느라 열심이다. 어느 시군에서는 과연 기발한 생각이라고 감탄할만한 사업을 만들어내서 정부 공모 예산을 따내는 성과를 내는가 하면, 허구한 날 한 가지 가락만 읊어대는 지역도 있다.

단체장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눈길 가는 곳에는 빠지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 생색내며 표밭 갈기에 여념이 없다.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그렇고 그런 해프닝에 속는 사람이 없는 듯해도 선거 결과는 열심히 비벼댄 효과가 나타나게 되니 치사한 방법이 선거마다 반복된다.

이런 구질구질한 선거문화를 바꾸는 방법은 주민들이 냉정해지는 것이다. 현역 단체장이 4년 내내 주민들을 접촉하고 여론의 흐름을 움직이는 인물들을 포섭하여 철옹성을 구축하는 동안에 여타 입지자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조금 밀착하려들면 선거법 위반이니 애당초 게임이 안 되는 선거를 하는 셈이다.

우리 선거는 지역 색에 매몰되고 정당바람이 일면 삽시간에 분위기가 바뀌는 이상한 전통 속에 치러졌다. 지난 총선에서 현역 의원들이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나갔듯이 분위기에 휩쓸리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주민들은 지금부터 겉보다 그들의 행동과 말이 일치하는지, 알게 모르게 실속만 챙기는 인물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거창한 자랑이나 무지갯빛 꿈으로 시민의 마음을 홀리는 일은 없는지 꼼꼼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좋은 선거를 하는 유일한 방법은 유권자가 변하는 것이다.

정당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카더라소문에 우르르 몰리는 민심이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을 단체장으로 만들어 내 호주머니가 털린 원인이다. 오래 숙달된 행정경력과 대민 접촉 수완으로 보이는 곳에서만 빛을 발하는 솜씨에 속아 표를 주면 그 결과는 주민에게 돌아갈 이득이 줄고 내 삶이 팍팍해진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선출된 이들 가운데는 별 인기 없던 민주당에 슬그머니 발을 얹어 바람 덕분에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자질문제로 말썽을 빚기까지 했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에 묻혀 애매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당이나 보고 찍거나 남들이 가는 대로 따라가는 선거가 되면 다시 4년을 후회하게 된다. 유권자들이 지금부터 차분하게 지켜보며 잘잘못을 가려두어야 좋은 선거를 할 수 있다.

얼핏 잘못하고 후회하는 선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주민소환을 외치며 성토하지 않으려면 마음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변하자. 변해야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한결같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 달라져야 달라진 세상을 살 수 있다. 현명한 유권자, 멋진 주민으로 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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