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입양하다
꽃씨 입양하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2.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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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여름이 왔다고
꽃들
활짝 활짝 피워내는데
친구네 책상 서랍 깊숙이 버려진
꽃씨 봉투
씨앗들, 아무리 몸을 뒤척여도
여름날에는
연둣빛 색깔조차
밀어 올릴 힘이 없다고
자꾸만
저희들끼리 몸을 비빈다

그 꽃씨 봉투 얻어다
우리 집 화단에 고이 눕혔더니
씨앗 속의
작고 둥근 세상
어기영차 밀어 올린다
이 여름날이 가기 전에
입술 같은 꽃잎 피워 올리겠다고

 

해마다 봄이 되면 꽃씨가 서랍 속에서 기지개를 편다. 꽃씨는 엄동설한에도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 꽃씨는 싹을 틔워 화사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울 꿈에 부풀어 있었다. 나비가 날아오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생각을 하면 온몸이 근질거렸다. 꽃씨는 땅에 뿌려질 때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옛날에 왕이 백성들에게 꽃씨를 나눠줬다. 그리고는 화분에 이 꽃씨를 심어 잘 기른 사람에게는 상을 주겠다고 말했다. 꽃씨를 화분에 심고 열심히 길렀지만 웬일인지 싹이 나지 않았다. 백성들은 똑같은 꽃씨를 구해 화분에 심자 꽃들을 피웠다. 드디어 시상하는 날이 왔다.

백성들은 저마다 꽃이 핀 화분을 들고 왕 앞에 줄을 섰다. 그 틈에 싹이 나지 않은 화분을 안고 울고 있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왕은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내 꽃씨는 열심히 물을 주고 햇빛을 쐐 줬지만 싹이 나지 않았습니다’ 더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왕은 아이에게 큰 상금을 주었다.

그러자 백성들은 쑤군대는 것이었다. 왕이 백성들에게 나눠 준 꽃씨는 정직성을 알아보려고 한 볶은 씨앗이었다. 백성들은 모두 다른 씨앗으로 꽃을 피운 거짓의 꽃이었고 아이는 정직했던 것이다. ‘심는 대로 거둔다’는 성경 한 구절이다. 비난과 증오와 공격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용서와 화해의 꽃씨를 가슴에 심어야 한다. 가슴속 씨앗이 꽃피는 날 웃으며 향기에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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