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구문제, 인식을 바꾸자
아동・인구문제, 인식을 바꾸자
  • 신영배
  • 승인 2021.02.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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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지난 16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89개 시민단체를 대표한 사람들과 국회 김상희(더불어민주당) 부의장을 비롯한 5명의 국회의원이 최근에 사망한 아이들의 실루엣 사진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일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공동 발의한 양천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조사위원회가 반짝 열렸지만, 곧 관심이 멀어지고 사건은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가운데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지적했다또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단 한 명의 아이도 폭력과 무관심에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이가 160명에 이른다. 물론 이 수치는 드러난 사건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학대와 어른의 폭력에 희생된 아이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특히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정인이법)이 있지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근본적인 해결과 예방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잇단 아동학대에 이처럼 법률이 개정되고 민법 915조에 정한 자녀 훈육을 위한 징계 조항까지 삭제하면서 부모의 아동학대나 양육에 관한 법적 뒷받침이 강화된 것은 아동문제에 대한 상당한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어린 아동과 탄생하는 신생아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출산율이 세계 최하이고 절대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서 결혼에 의한 출산이 아니면 아이에게 주민등록번호조차 부여하지 않는다.

비혼 출산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구절벽을 넘어서겠다며 출산장려 정책예산으로 한 해에 무려 34조 원을 퍼붓고 있으나 실효가 보이지 않는다. 

잉태되는 모든 아이, 국가가 키워야

결혼으로 인한 부담이 두려워 혼인을 거부하는 독신이 46%에 달하는 나라에서 인구를 늘려보겠다고 갖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작금의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해도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괴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아이 낳기를 꺼린다고 한다.

결혼보다는 서로 외로움을 달래고 경제적 이익도 함께 수반 되는 '동거커플'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임신이 되면 대부분 낙태를 선택해 탄생 가능한 생명을 지운다. 대한민국은 부부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주민등록번호조차 부여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아예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최근 탯줄도 자르지 않은 영아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발견되는 경우를 비롯해 갓 태어난 아이가 버려지는 사례가 수차례 보도되고 있다. 드러낼 수 없는 임신으로 출산한 아이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생명을 잃는 일이 발견되지 않는 사례와 합하면 그 수는 얼마일지 모른다.

인구문제가 절실한 나라에서 태어난 생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스러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그저 남의 일처럼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두가 깊이 생각해볼 때다. 여기에 원하지 않든 원했든 태중에 든 생명이 임신중절이라는 수단으로 스러져가는 사례는 또 얼마나 많은가?

태아도 자라는 생명이므로 임신중절은 살인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지적이 아니어도 새 생명으로 우리에게 온 생명은 어떻게 든 세상에 나와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누구의 잘못이든 우연한 수태이든 생명은 고귀한 것이다. 더구나 인구 감소를 염려하는 나라에서 정식혼인만 인정하는 등의 케케묵은 생각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세상을 사는 건 젊은이들인데 나이 든 세대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혼 출산도 축복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비혼부모를 바라보는 시각은 거의 범죄자 수준이다. 비혼출산은 가정에서는 치욕이며 누가 알까 저어(齟齬)하는 부끄러움이다. 사회에서는 경멸의 대상이고, 더러운 것을 보듯 고개를 돌려버리는 대상으로 낙인을 찍는다.

그런 앞날을 예상하기에 비혼출산자들은 아이의 생명을 빼앗아 버리는 비정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일로 두고두고 후회하고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평생의 아픔으로 가슴에 묻기도 한다.

지난 2010년 프랑스에서 딸 칼리를 낳아 키우는 목수정 작가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 안에서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한 가지 정답만 있다라며 프랑스 사회는 정답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2005년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난 아이와 비혼 상태에서 낳은 아이를 구별하지 않는 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갈수록 느는 비혼출산을 받아들여 자유로운 출산 분위기를 만드는 조치로 인구 감소를 막고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과 화해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프랑스는 부모의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동등한 내용으로 지원하고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양육비를 책임진다. 독일도 단독양육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한다. 아동수당과 부모수당, 부모육아휴가, 실업수당, 임신비용 등 혼인부부와 동등한 복지혜택을 제공한다.

또 양육비를 대리 지급하고 아동보조금과 아동수당을 지급하여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주로 여성)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한국은 비혼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집계는 앞에서 지적한 생명의 포기 등 사회적 여건 불비에 따른 최악의 선택 뒤에 숨은 숫자라고 본다.

결혼을 회피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비혼출산도 차별 없이 정부가 지원한다면 아이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출산이 늘 수 있을 것이다지금 우리는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 젊은이들이 선택한다면 밀어주고 도와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다가오는 미래는 젊은이들의 세상임을 기성세대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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