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동 굴다리
송학동 굴다리
  • 전주일보
  • 승인 2021.01.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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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리역 굴다리라 불렸던 실뱀 뱃속 같은 다리, 송학동 굴다리는 짱짱한 다리가 아니라, 땅 속에 다리를 뻗은 가난의 다리였다.

천정에서 차디찬 물방울이 떨어져 괴기스런 굴속은
정강이를 걷어붙인
송학동 사람들이 건너가고
과일이나 쌀 몇 됫박이 자전거 꽁무니에 매달려
질척질척한 길을
삐꺽대며 바퀴를 굴려갔다

홀애비 김 씨가 앞서 끌고 막내가 밀고 가는 연탄 리어카가, 뜨끈뜨끈한 아랫목으로 가자고, 이마에 핏줄을 세우면, 받아먹은 것도 없이 괜히 미안해지는 굴다리는, 배부른 김제 만경 뜰을 바라보거나, 만선의 군산 앞 바다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간간한 어둠을 밝히는 30W 전구는 어느 손모가지가 슬쩍해 갔는지
알 길이 없다고
여기서 썩지 않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라고
캄캄하게 말하고 있었다
송학동 굴다리가

ㆍ 송학동 굴다리 : 이리역 아래를 관통해 동서를 연결해주는 중앙지하도

굴다리는 ‘굴+다리’로 길이 교차하는 곳 밑으로 굴을 만들어 위로 사람이나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만든 다리다. 익산에 있는 송학동 굴다리는 일제 강점기에 시내의 하수구로 건축되었으나 복개하여 만든 인도로 이리역이 들어서면서 호남선, 전라선, 군산선 철로 밑에 지하도를 내서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1987년 중앙지하도가 준공되기까지 사람들은 물이 떨어지는 어둡고 침침한 굴다리를 통해 학교와 직장을 오갔다. 중앙지하도는 길이 450m에 2차선 폭 7.4m의 차도와 차도 양쪽의 상단에 각각 폭 2.5m의 인도로 조성되었다. 국제 수준의 공법인 파이프루프공법으로 건설되어 지상의 철도 교통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자동차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익산역 지하를 관통하는 중앙지하도가 되었다. 중앙지하도를 통과해 송학동 쪽에는 식당, 마트, 금은방, 옷가게, 빵집 등 서민 생활에 필요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여름이면 길가의 가맥집이 북적이고 겨울이면 포장마차에서 기차화통처럼 김을 뿜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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