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 두 신문의 이야기'와 전북
'족벌 두 신문의 이야기'와 전북
  • 신영배
  • 승인 2021.01.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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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전북 민언련이 지난 4일 자체 홈페이지에 도내 자치단체와 기관의 홍보예산 집행상황을 정리해 보고서를 올렸다. 지난해 122<언론홍보예산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면서 내놓은 발제 원고를 보완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전북 민언련은 글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지자체 대언론 홍보예산을 문제 삼는 것은 지자체 홍보예산이 지역신문의 난립구조를 유지하는 핵심고리이기 때문이다. 공론장 기능을 상실한 채 난립하고 있는 지역신문의 대안을 모색하고 지역 언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대언론 홍보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는 것은 한 치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중략-

홍보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아직도 많은 예산이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숨겨져 있는 예산이 언론사 관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역 언론의 신뢰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후략-”이라고 적었다.

이 보고서에는 도내 지자체와 의회, 교육기관과 투자기관의 홍보 관련 2018년 예산을 기준으로 신문구독료, 공고광고료, ·만찬비용, 선물구입비, 연감구입비, 후원협찬비, 기자실 브리핑룸 운영비 등으로 홍보예산이 지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쓰인 예산의 총액은 지자체와 의회 예산만 1521,7621,600원이라고 집계했다. 신문 구독료를 비롯해 공고광고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해당 기관의 기자실 운영비용과 연감구입비, 후원협찬비 등이다. 막대한 예산이 홍보비로 지출되고 있는 가운데 그 비목을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그 많은 예산 가운데 후발 신문사가 가져가는 액수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일 거라는 짐작을 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결미에는 홍보예산 집행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한 지역 언론 시장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지역 언론 시장의 정상화는 곧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기도 하다. 관련 기관들은 황폐화된 지역 언론 시장의 주범이 바로 홍보예산이라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현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라고 다시 강조 했다.

 

민언련이 강조하는 핵심은 무엇?

 

문제의 보고서를 보면서 느낀 건 도내 홍보 관련 예산 대부분을 전북일보를 비롯한 방송 등 일부 제도권 언론이 독식하다시피 가져가고 그들 방송과 신문사를 위해 만·오찬비용, 선물구입비, 연감구입비, 후원 협찬비, 기자실 운영비 등이 지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민언련이 재차 홍보비 지출 기준을 발행 · 구독부수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보니 2018년 광고·공고·홍보비 예산은 전북도민일보가 61,400만원, 전북일보가 59,652만원, 전라일보가 43,950만원, 중앙신문이 34,740만원, 전민일보가 32,897만원, 새전북신문이 31,870만원 등의 순서로 전체 18개 신문사에 453,0276,000원을 집행했다. 도내 자치단체가 집행한 공고 · 광고 · 홍보비 1062,004만원 가운데 도내 일간지가 가져간 액수는 42.7%였다.

민언련이 몇 번이나 주장한 핵심은 바로 이 홍보예산을 발행부수 비율로 전북일보가 40% 정도 가져가야 한다는 의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소소한 신문들이 가져가는 홍보예산 액수에 불편을 느끼는 심사가 여실히 보이는 보고서였다. 그래서 작은 신문이 모두 문을 닫아야 언론이 정상화된다는 해괴한 주장을 반복한 것인지 궁금하다.

황폐화한 지역 언론시장이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두세 개 신문만 남아 끼리끼리 잘해 먹는 게 언론 정화라는 생각은 독재 시대에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겠다는 자들의 주장이었다. 부수 많은 신문이 바른 신문이라는 위험한 생각으로는 민주 언론을 구현할 수 없다.

 

다큐 <두 족벌신문의 이야기>

 

발행 부수나 유가부수가 많은 신문만 남아야 언론이 정화된다는 민언련의 구성원들에게 다큐멘터리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를 반드시 감상하라고 권한다. 언론이 커지면 얼마나 추악해지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공룡으로 변하는지 그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민언련의 주장대로라면 조선 · 동아 두 신문이야말로 최고의 신문이라고 해야 옳다. 조선일보는 전북일보의 50배를 발행한다. 민언련의 생각으로는 그들 거대 신문이 최고의 신문인지 모르지만, 발행 부수 많은 신문이 왜곡, 조작하는 기사로 인한 폐해를 얼마든지 겪어온 우리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멋진 단체 이름이다. 민주 언론을 표방하는 단체가 주장하는 게 대형 언론의 편을 드는 것이라면, 그 이름이 부끄럽다. 발행 부수 비율로 홍보비를 집행하도록 조례를 만들라는 사설을 쓴 신문 편을 드는 게 민주 언론의 길인지 묻는다.

군림하는 언론에 꼬리를 말고 비위를 맞출 생각이 아니라면 제대로 민주 언론의 길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작지만 할 말을 하는 언론이 많아져서 행정기관이 일부 신문과 속닥속닥해서 시민의 눈과 귀를 막지 않게 하는 것이 민주 언론의 바른 방향일 것이다.

지역의 작은 후발 신문은 모든 면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작고 만만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검찰이 회계장부를 가져가 일일이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득권 토호 신문들은 공공연히 모기업을 보호하는 기사를 쓰고 펼쳐볼 일 없는 연감을 만들어 팔아도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민언련마저 나서서 기득권 유력 신문 편을 든다면 전북에도 족벌 두 신문에 버금가는 신문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토호(土豪) 세력으로 위치를 굳혀 민언련도 그 두 신문의 눈치를 보는 상황인지도 모르지만.

진정 민주 언론을 지향하는 단체라면 퇴조하는 종이 신문, 펼쳐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신문 부수에 목매는 주장은 그만 거두기를 바란다. 부자신문의 연감 판매를 따져 묻고 권언유착의 흔적을 찾아 밝히는 일에 주력하는 민언련으로 환골탈태하여 진정한 언론의 보루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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