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가치
'함께'라는 가치
  • 전주일보
  • 승인 2021.01.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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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인 호 /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부장
하인호 /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부장

매서운 추위가 노크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형제자매끼리 한 이불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난로삼아 잠이 들던 때가 떠오른다.

그러나 오늘날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한 가족의 모습은 그 옛날 정겨운 체온을 느끼기 어렵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따듯했던 그 시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치가 숨어있었음을 이제야 새삼 느낀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마을은 초입에 사셨던 김씨 아저씨부터 마을 맨 끝 최씨 아저씨까지 모두가 인사를 나누며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였다. 그러나 도심 속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에서는 우리 윗집이 누구인지, 아랫집에는 누가 사는지 모른다. 이에 더해 옆집에 사는 주민을 승강기에서 마주치면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틀린 것도 아닐 뿐더러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촉발된 변화일수도 있다. 남에게 관심을 갖고 억지로 말을 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타인에게 전하는 밝은 인사 앞에 '억지로 하는'보다 '내가 먼저 하는'과 더 어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욜로족, 딩크족과 같은 신조어는 신세대를 대표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욜로족이란 You Only Live Once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남보다 자신,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딩크족이란 Double Income, No Kids의 첫 알파벳을 따서 생겨난 단어이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용어다. 이 두 단어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지금 당장,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욜로족, 딩크족은 정말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고 살아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근로소득이 있다면 나름대로 저축도 하고 살아갈 것이며 가족이 있다면 그들의 행복을 위하여 때로는 선물을 할 것이다.

나만 행복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보다 더 높은 차원의 만족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들 말한다. 인간은 태어난 직후부터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진정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상사로서 살아가며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변치 않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변치 않은 것 중 하나는 행복은 나눌수록 크다는 것이다. 욜로족, 딩크족이 지향하는 삶의 방향도 옳지만 함께 나누는 행복도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는 시작, 그 출발을 상대방에게 건네는 밝은 인사와 함께 시작하자고 권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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