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몰고 신나게 달려간다. 쭉 뻗은 고속도로다. 엑셀레이터를 점점 더 밟아 나간다. 참으로 신나는 드라이브이다. 이대로 계속 달려갈 수만 있다면 살맛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반대편 차선에서 차 한 대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확 달려든다. 엉겁결에 핸들을 꺾는다. 고속으로 달리던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만 수십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천하없어도 죽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아!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눈을 번쩍 뜬다.
후유! 살았다. 꿈인 것이다. 이것이 꿈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눈만 떠버리면 만사가 해결된다. 지금까지 죽을 고생을 하며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던 모든 일들이 일시에 해결이 되어 버린다. 조금 전까지 나를 쫓아오던 악의 무리나 위급했던 상황들이 일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눈만 번쩍 뜨면 되는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듯이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꿈에서 깨어나듯이 그렇게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신나게 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한 번 저질러 보고 잘 안 되면 꿈에서 깨어나듯 헤쳐 나오면 되는 것이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게는 안 된다 하더라도 어쩌다 잠깐의 실수로 저지른 잘못 하나만이라도 꿈에서 깨어나듯이 벗어날 수 있는 일이 단 한 번만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면…….
태어나기도 다시 한 번이요. 어린 시절, 청년 시절도 다시 한 번이요. 연애도 결혼도 다시 한 번이요. 질병과 목숨마저도 다시 한 번이라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남자 여자도, 국적도, 심지어 우주까지도 선택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펄쩍 뛰어오르는 야호! 아니겠는가.
젊은 사람들이야 앞으로의 꿈이 있으니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볼 수 있으니 다시 한 번이 절실하지 않겠지만, 모든 것이 등 뒤로 흘러 가버린 노인들에게야 그것이 얼마나 절실하겠는가. 다시 한 번 청춘을 돌려준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후회 없이 멋지게 살아가리라. 사람에 따라서는 잠깐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죄인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고 남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까지도 한 번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어찌하여 전지전능하신 조물주가 단 한 번도 되돌아 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그건 너무 인색한 처사다. 세상을 살만큼 살아온 사람은 그렇다 치고 이제 막 결혼하여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다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죽은 신혼부부만이라도 다시 한 번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도 아니면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어야 하는 아기에게 만이라도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이건 전지전능하다고 큰소리쳤던 조물주의 실수임이 분명하다. 바쁘게 만들다 보니 그만 한 번쯤 다시 살아보라는 말을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그리곤 나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살아가라고 발뺌을 해버린 것이다. 그 대신 사람에 따라서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준 것이니 구원은 오직 이 한 가지 뿐이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변신을 하기도 한다. 전에는 그 동안 살아왔던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줄행랑을 쳐 벗어나기도 했고, 절로 들어가 머리를 깎기도 했다. 요즘에는 성형수술을 해버리기도 하고 훌쩍 먼 나라로 유학을 떠나버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신앙을 통하여 변화를 모색하기도 하며, 인생관을 바꾸어 허허 웃으면서 살아가겠노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자기 생활과는 전혀 다른 인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어진 운명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인지, 본래의 운명이 그렇게 변화되도록 되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지금까지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 본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변화한다 해도 뛰어야 벼룩인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듯이 그렇게 바꿔 놓을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꿈을 꾸어도 꿈으로 끝나는 것이다. 하다못해 절반이나 단 1%도 실제로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 꿈에서 깨어나듯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 그 자체가 꿈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