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사면(赦免), 논의할 때 아니다
부당한 사면(赦免), 논의할 때 아니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1.0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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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더니 추위가 시작되어 주말엔 전주 기준 영하 15까지 떨어진다는 예보다. 날씨만 추운 게 아니다. 정치판도 몇 번의 법원 결정이 이어지면서 냉각 분위기이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이 경질되어 청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과 사법개혁을 필생의 과제로 내걸었던 문 대통령은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 국정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에 과연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민주당 국회는 아직 3년 이상 임기가 있으나 추동력을 잃으면 오합지졸로 전락하여 차기 총선이나 챙기다가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세밑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면 가능성을 비치면서 새해 정국이 시끄럽다. 사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곧 바로 친문 진영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아직 재판중인데 사면을 말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반응에서부터 이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명박은 선거에 나설 때부터 국민을 속여 대통령이 된 사람이고 4대강 사업이라는 해괴한 토목공사를 강행하여 어마어마한 국고를 낭비하고 국토를 망쳤다는 사실이 최근 보를 열면서 드러났다.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8,000만 원 등 그가 받은 형량 가운데는 이런 국민적 반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지난 1029일 대법원은 그의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그는 동부구치소로 돌아가면서 자신에 대한 기소와 판결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짜 맞추기식 수사라며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의 반성도 없이 수십 개의 범죄 내용을 탈탈 털며 부인한 것이다.

정상이라면 죄를 뉘우치고 국민 앞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어야 한다. 그런 그를 사면할 수는 없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를 사면한다면 그건 월권이다. 화합과 대통합을 말한다 해도 범죄자를 풀어주어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게 할 수는 없다.

아울러 박근혜는 아직 재판중인 사람이다. 더구나 그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된 전임 대통령이다. 국민이 준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인 인연으로 연결된 일반인에게 상당부분 위임하는 상식이하의 행위로 인해 탄핵을 당한 사람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연구 학자들은 탄핵된 사람을 사면하는 건 법해석 측면으로도 옳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가 사면을 결정했고 최종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탄핵을 대통령이 사면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도 없었다고 한다.

개인의 생각으로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말한 건 이 대표의 잘못이라고 본다. 새해를 맞으면서 보수층을 끌어안아 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들조차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면이다. 나름 심사숙고하여 내놓은 말이겠으나, 지금이라도 사려 깊지 못한 말이었다고 사과하고 없었던 일로 물러설 것을 권유한다.

지금은 바이러스 위협에서 국민을 구하고 어려운 경제사정을 푸는 일에 진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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