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흐름을 바꾸는 원년으로
권력의 흐름을 바꾸는 원년으로
  • 전주일보
  • 승인 2021.01.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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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어제 뜬 해와 오늘 뜬 해가 다르지 않건만 새해 아침에 보는 해는 조금 달리 생각된다. 흐르는 세월을 따라가며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곁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새해를 맞아 뭔가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세상은 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해가 바뀔 때마다 간절하게, 또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바라고 원했던 일들은 별로 이루어지는 예가 드물다. 모두 마음으로 절실하게 바란다고 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노력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 손으로 이룰 수 없는, 타인이나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이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일일 경우도 있다.

특히 나라 정치에 관한 일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투표를 통해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초고속의 사회,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얼마든지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정치와 권력 집단, 언론이다.

정치는 아직도 지난 세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권력기관은 일제 강점기의 총독부가 휘두르던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려 안간힘이다. 언론은 세상을 밝히고 고치는 본디 사명을 팽개친 채 권력으로 이용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에 매진한다.

 

민주 시대를 착각하는 권력 집단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빠른 속도로 깨어나서 주인의 역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라 정치의 크고 작은 일들이 스마트 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넘쳐나는 매체의 해설까지 곁들여 주인이 모르는 일이 거의 없다. 주인들은 아는 만큼 판단하면서 일을 시킨 머슴들이 하는 짓을 체크한다.

이런 세상에서 지역의 대표로 뽑힌 사람들은 아직도 조선 시대의 수령방백(守令方伯)이나 임금이라도 된 듯 거들먹거리며 주인인 국민을 다스리고 가르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주인이 표를 주어 자리에 앉은 자들이 목민관(牧民官)을 자칭하여 목민관 클럽이라는 해괴한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도 모두 본분을 망각하고 거들먹거리며 자신들에 표를 준 은혜를 망각한다. 선거 때에만 표를 얻으려 굽신거리는 체하고 선거가 끝나 당선증을 받으면서 사람이 달라진다. 누리는 모든 권력과 예우가 주인에게서 나왔고 주인이 부담한 세금으로 급여와 활동비를 받고 있음을 까맣게 잊는다.

정치집단의 생각이나 행태는 조선 시대 벼슬아치 개념이나 일제 강점기 총독부 관리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들이 주인의 뜻에 따라 지방정치나 나라 정치를 간섭하고 이끌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하수인에 불과한 존재라는 걸 망각한다. 주인이 주는 새경을 받으며 성실하게 일하는 머슴이라는 본분을 팽개친 불량 머슴이 대부분이다.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사법부는 더욱 심각하다. 그들은 일제 강점기에 식민통치를 위해 일제가 주었던 검찰과 사법부의 권력을 오늘까지 그대로 이어오며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성을 쌓았다. 경찰은 순사의 이미지를 많이 벗어나 국민을 지키는 역할로 돌아서고 있지만, 검찰은 그 시대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 집단 이기주의에 집착한다.

수사와 기소 권한을 쥐고 표적 수사와 함정 수사로 불령선인(不逞鮮人)을 몰아 잡던 식민지 검찰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하는 대상은 나라의 주인들이다. 사법시험을 거치거나 법전원을 통해 자격을 얻었을 뿐, 검찰이나 법관의 권력 또한 주인에게서 나온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잇따라 나온 법원의 판결을 보며 국민은 분노하고 낙담했다. 정경심의 판결, 두 번의 윤 총장 손 들어주기 판결, 구랍 30일에는 전광훈을 무죄선고했다. 기고만장한 그는 3.1절에 1천만 광화문 집회를 열겠다고 협박한다.

 

새해에는 주인이 나서서 고치자

 

검찰, 법원 권력의 남용보다 더 무서운 게 언론 권력이다. 중앙의 거대 언론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야금야금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선동하여 특정 집단의 이익을 꾀한다. 그들 거대 언론은 단순한 신문사나 방송사가 아니고 언론을 발판삼아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이다. 검찰 · 법원 권력도 웬만하면 언론의 폭력에 한발 양보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거나 창출하기 위해 뉴스를 조작하고 편향 보도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독자와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특정 이념을 끊임없이 주입하여 생각을 바꾸게 하는 무서운 능력을 발휘한다. 그들의 신문이나 월간지를 오래 구독하다 보면 저절로 그들의 생각에 동조하도록 세뇌하는 방법을 쓴다.

신문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장기 무료구독을 권하거나 경품으로 낚는 방법도 동원했다. 월간잡지 구독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다단계 수법을 도입하거나 인맥 동원, 향우회 침투 등 방법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독자를 늘려서 발행 부수와 구독자를 자랑하며 거대 언론의 위치를 확보하여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

도내의 지역 일부 신문도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그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쓴다. 전주시에 토지 지목변환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업체에 회사 주식의 일부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린 유력 신문이 있는가 하면, 사주의 이익을 위해 시내버스나 택시 관련 업체를 대변하는 신문도 있다.

새해에는 이런 터무니 없는 악습과 권력형 부조리를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거대 여당이 나서면 헌법 말고는 고치지 못할 법이 없다.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보겠다고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이명박과 박근혜 사면을 말할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법을 뜯어고쳐 검찰과 사법 개혁, 언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이 개혁을 제대로 하면 이제까지 모든 잘못은 탕감하고 남는다. 개혁을 완수한다면 너무 많아 치여 죽을 만큼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딴짓하지 말고 오로지 개혁에 매달려야 민주당이 살고 국민도 산다. 올해를 권력 해체의 원년으로 삼아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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