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전주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전주 얼굴없는 천사'
  • 조강연
  • 승인 2020.12.2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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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7억 4,000여만원 기부. "코로나19로 어려운 분들께 사용해달라"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주 얼굴없는 천사가찾아왔다. 특히 이번 기부는 지난해 성금 절도사건이라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21년째 기부를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뜻 깊다.

29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24분께 중년의 남성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인근 교회에 성금을 두고 갔다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은 얼굴 없는 천사임을 직감하고 남성이 설명한 장소로 곧바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장소에는 돈다발이 든 A4용지 박스와 함께 한 통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천사의 편지에는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편지에 언급된 소동은 지난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노린 절도범들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다. 다행이 지난해 성금은 무사히 센터로 전달됐다.

올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금액은 총 7,0128,980. 이로써 얼굴 없는 천사가 21년 동안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73,8633,150원이 됐다.

이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올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21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5770여 세대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해왔으며,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고교 자녀 20명에게는 장학금도 수여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려왔으며,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와 천사시민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주변 6개동이 함께 천사축제를 개최하여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해왔다.

또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비가 세워졌으며, 주민센터 주변에는 기부천사 쉼터와 천사기념관 등도 만들어졌다.

/조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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