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탑에 불을 밝히자
사랑의 온도탑에 불을 밝히자
  • 전주일보
  • 승인 2020.12.0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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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날, 본지 7쪽 사회 사회면 타이틀 기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번 연말에 어려운 소외계층에 전해질 온정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에 벌써 두 번이나 국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만큼 모두가 어려운 형편이어서 연말 이웃돕기 성금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는 가장 어려운 이웃에게 가장 투명하게 사용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121일부터 내년 131일까지 284,400만 원을 목표로 모금한다. 사랑의 열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같은 기간에 699,000만 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사랑의 열매 모금 온도탑은 6,990만원이 모일 때마다 1도가 올라가 목표액을 달성하면 100도를 나타내는 불이 밝혀진다. 적십자와 사랑의 열매 모금액을 합하면 983,400만 원을 모금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에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폐업을 생각하는 현실이고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된 가운데 과연 모금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걱정스럽다.

어려운 시대를 건너 오늘에 이른 우리는 그동안 힘겨운 가운데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금품을 내놓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다. 모인 성금의 출처를 보면 기업이나 단체가 내놓는 금액이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코 뭍은 돈에서부터 꼬깃꼬깃 할머니의 괴춤에서 나온 돈까지 정성이 깃든 성금은 스산한 겨울을 풍성하게 덥혀주었다.

특히 우리 전북에는 전주시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를 비롯한 시민의 이웃사랑이 남달랐다. 지난날 전주의 웬만한 가정에서는 밥을 지을 때 식구들의 밥 외에 세 그릇 정도를 더 지어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두었다. 혹시라도 배고픈 과객이 밥을 청하면 내주기위해서였다. ‘세덤이라고 불리던 이 아름다운 양속(良俗)이 지금은 사라졌어도 전주 사람의 가슴에는 남을 위한 배려가 항상 넘쳤다.

내로라하는 기업도, 부자도 없는 전북이지만, 해마다 사랑의 온도탑의 불을 밝힐 만큼은 성금이 모였다. 성금은 부자들의 금고에서 나와 모이지 않는다. 부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금고에 넣으려 애를 쓴다. 가난한 이들, 그 가난을 겪으며 눈물 젖은 빵을 씹던 사람들은 어려운 이들이 지금 얼마나 힘든지를 안다.

코로나 불황에 지치고 수해에 모든 것을 잃은 이들, 천형처럼 가난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올해도 어려운 가운데이지만, 성금을 내는 데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식구들 먹을 밥 외에 세 그릇을 더 짓는 마음이 살아나 추운 겨울을 포근하게 감싸는 연말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정을 안다. 지금 어렵지만, 씀씀이를 조금 더 줄여 적은 성금이라도 내서 밝혀지는 사랑의 온도탑을 밝히는 데 힘을 보태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세덤을 아까워하지 않던 전주, 전북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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