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에 함께 해야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에 함께 해야
  • 전주일보
  • 승인 2020.11.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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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일 / 전북농협 본부장
박 성 일 / 전북농협 본부장

올해 우리 농촌은 여느 해 보다 자연재해로 힘들었다. 연 초부터 동부 산간지역 중심으로 냉해와 우박으로 과수작물의 피해가 컸고, 20일이 넘는 긴 장마와 폭우 그리고 강 범람으로 애써 키운 농작물이 침수되어 피해를 키웠다.

특히, 연이어 닥친 태풍으로 수확기에 들어선 벼가 도복(작물이 비나 바람 따위로 쓰러짐)되고, 흑·백수·수발아 현상 등으로 12,439ha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해 농업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필자는 농업재해 현장을 갈 때마다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했다. 주먹만 한 우박에 사과는 껍질이 파이고 나뭇가지에 난 생채기 나 농업인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같이 생채기를 만들었다. 남원시 금지면에서는 섬진강 범람으로 소, 돼지 등이 유실되고 농작물이 다 자란 비닐하우스 안으로 토사가 쓸려와 쌓여있는 것을 보고는 억장이 무너지고 위로할 말조차 찾기 힘들었다. 자식 같은 농작물을 망쳐버린 농업인들의 원통함은 오죽 했겠는가?  

필자의 농협손해보험에서는 2001년 3월 우리 전북 고창군 성내 배농가를 시작으로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벼와 주요 과수, 원예작물에 대해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농작물이 워낙 종류도 많고 손해의 형태도 다양하여 보험상품 운용이 어렵다보니 아직은 판매중인 상품이 67품목으로 제한적이고 손해담보율도 50%~70%로 다른 손해보험에 비해 낮아 농업재해에 따른 피해를 다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2000년 이전에 비하면 품목 수나 보상금액이 제한적이긴 해도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농작물재해보험이 판매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공익직불제, 농민수당, 최저가격보장제 등이 시행되고 있어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30%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주고 나머지 중 농협이 10% 내외를 지원해 주고 있어 농가는 5~15% 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농가에서는 보험료를 여전히 부담으로 느끼고 있고, 자기부담금이나, 낮은 손해담보율 등으로 아직 보험가입 농가비율은 50% 정도에 머물고 있다. 특히, 한우농가 같은 경우는 지역에 따라서는 10% 이하 농가만 가입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자연재해 등 농업재해에도 농업인이 안심하고 내년농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꼼꼼한 대책이 절실하다.  

재해현장에서 마주한 농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연재해 만큼이나 농촌복지와 같은 생활환경의 어려움도 토로하고 있다. 우리 농촌과 농업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의료서비스, 문화 등 복지분야에 있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농촌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점점 심화되고 있다. ‘독거노인과 노인돌봄’, ‘문화와 여가프로그램’, ‘농촌의료’ 등 농촌의 생활환경 개선분야의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살맛나고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농촌지역에 다양한 문화 복지서비스가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관과 여러 유관단체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로 시너지를 창출되도록 해야한다.

농촌생활 중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의료서비스 분야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는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의 일환으로 『농업인 행복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진과 함께 버스로 농촌에 직접 찾아가 바쁜 일상으로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한 농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또, 어르신들에게 장수사진을 찍어드리고, 돋보기도 맞춰드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와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마스크 무상공급, 농산물과 생활필수품으로 만든 꾸러미 등을 전달해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에 중점을 두었다. 

우리 농업인들은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값싼 수입 농산물로 힘들어도, 도시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에도 묵묵히 농촌을 지키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국민의 생명창고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도시민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누리고 있는 농업·농촌이 주는 혜택은 농업인들의 희생과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농업인들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명산업의 지킴이들이다. 이들이 농업인들이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있어 우리의 식탁은 안전하고 가족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영농활동의 어려움으로 하나 둘씩 농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난다면 우리 가족의 건강한 삶 또한 담보할 수 없다.

우리 농업·농촌은 멀리서 바라볼 때는 목가적이고 낭만이 가득한 풍요로운 곳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농업·농촌이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젊은 청년농부를 찾기 힘들고 농사지을 사람이 모자라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있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하며 생명산업을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농업부문 예산을 확대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전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그 첫걸음이다. 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살맛 나고 살고 싶은 농촌 만들기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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