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
내장산 단풍
  • 전주일보
  • 승인 2020.11.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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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일주문 밖 단풍이 붉게 물든 것은
그대가 사랑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는 내장산은
꼭대기에서 아래로
골짜기마다
붉은 천을 슬쩍슬쩍 펴 보인다

나무는 나무대로
붉은 가슴을 열어놓고
열매는 열매대로
붉은 생각들을 한꺼번에 터뜨리고

그대가 사랑을 토해낸 것은
내장산 단풍이 은근히 기대왔기 때문이다

 

ㆍ 내장산 : 전북 정읍시 내장동 소재

늦가을에 식물의 잎이 적색, 황색,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인 단풍丹楓의 ‘풍楓’은 ‘나무木’과 ‘바람風’으로 돼 있다. 나무에 가을바람이 스며들면 잎 색깔이 달라져 색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나뭇잎이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잎이 활동을 멈추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자가 분해가 되어 그 과정에서 안토시안이 생성되는 종은 붉은색 또는 갈색 계열의 단풍이 들고, 그렇지 않은 종은 노란 단풍이 든다고 한다. 단풍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홍엽紅葉이다.

가을철에는 나무들이 화려하고 우아하게, 곱고 밝고 맑게, 수수하고 쓸쓸하게, 애상하고 칙칙하고 비참하게, 뻔뻔하고 우습게 저마다의 색조를 띤다. 단풍은 우리 인간과 닮은 점이 많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의지가 굳고 매사에 분명하듯, 같은 나무라도 척박한 조건에서 자란 나무가 독특한 자기만의 빛깔을 나타낸다.

또한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클수록 색이 선명해지고 대기의 습도나 나무의 건강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단풍 든 산자락은 닥쳐올 겨울을 눈앞에 둔 나무들이 장렬하고도 슬픈 예식을 치르는 것 같다. 나무들의 떨림이 느껴지고 슬픔을 단풍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나무들이 새삼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인간에게도 꽃 같은 나이가 있고 단풍 같은 나이가 있다. 어떤 색깔의 단풍이 되느냐는 자신의 기질과 천성은 물론 그동안 활동해 온 환경 등 외부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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