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맛에 미각을 잃은 정치
권력맛에 미각을 잃은 정치
  • 신영배
  • 승인 2020.11.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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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대표
신영배/대표

미국 대선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대선은 선거 방식도 이상하고 국민의 지지도와 상반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애매한 선거법 적용된다. 그러한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는 그들의 생각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4, 노회한 장사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라는 정치에 세계가 골머리를 앓았다. 모든 판단에 이익인가 손해인가를 먼저 계산하고 이익만을 좇는 그의 돌발행동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이 잇속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협약 등을 파기했다.

그는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렸다. 그리고는 미국에 들어와 생산을 하라고 강요했다. 그런 방법으로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그런 강경책으로 수입품의 가격이 높아진 세금 이상으로 올라 외려 가계 부담은 늘었다. 실업률이 줄고 경제 사정이 호전되었다는 지표는 나왔어도 그의 돌출행동과 신뢰할 수 없는 국정운영,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개표 결과는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미 이번 선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그의 당선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당장 우리에게 턱없이 많은 방위비(미군 주둔비)를 강요할 것이고 중국과의 갈등이 더 심각해져 우리의 대 중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 4년동안 그의 오만방자하고 예측 불허의 행동을 더 보아야 할 일이 답답하지만, 이또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니 어쩌랴.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이라며 자위하고 있지만, 솔직히 우리의 경제력으로 미국의 1개 주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헐벗고 가난했던 나라, 전쟁에 시달리며 미국의 손짓 한 번에 땅덩어리가 갈라져 허덕이는 나라다. 나름 경제를 조금 키웠지만, 여전히 미국이 갖고 노는 공깃돌의 하나일 뿐이다. 한국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다 되어도 우리는 아직도 휴전상태에 머물러 있다. 전쟁을 끝내려 해도 우리 스스로 종전할 수조차 없다. 미국 등 강대국들이 꽉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에 그 많은 생명을 잃고도 전쟁 당사국의 지위조차 없다. 휴전협정에 유엔군 사령관인 미국의 클라크 대장과 북한의 김일성, 중국의 팽덕회가 서명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휴전협정 반대만 외치다가 전쟁 당사국 지위마저 포기하고 미국만 바라보다 67년 세월을 휴전상태로 있다.

벗어날 수 없는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보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버둥을 치기도 했지만, 강대국의 손아귀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종전선언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보려 했으나 미국은 아직도 한국을 놓아줄 맘이 없다. 우리 땅에서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키는 일도 미국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벌써 우리는 강경화 외무장관을 미국에 보내 선거상황을 주시하며 선거 결과에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재빨리 정상회담을 추진해 당선 후 기분 좋은 상태에서 현안을 해결해 보려는 약소국의 비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엾은 상황이니 특정집단이 광장에 모일 때마다 성조기를 흔들어대도 소리내 지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힘없고 제 앞가림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이다. 우리처럼 작은 국가일수록 똘똘 뭉쳐 자존을 지키며 살아야 타국이 무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치는 어떠한가. 남과 북, 전라도와 경상도로도 모자라  충청권과 강원권으로 나뉘어져 서로를 적대시 하며 호시탐탐 패권을 겨루고 있다. 오로지 권력만을 탐하며 그 권력을 만들어주는 국민의 뜻은 입으로만 받들면서 행동은 전혀 다르다.

권력 맛에 취하면 사람이 달라지고 권력을 쥔 집단에 속하면 개인의 생각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변모하기 마련인 듯하다. 최근 민주당이 이상한 방법으로 당헌 당규를 고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게 하고 곧이어 선거대책 본부를 가동했다고 한다. 그것도 전체 당원의 23%만 참여한 투표에서 87%의 찬성으로 결정했다. 추계하면 전체 당원의 20%가 당헌을 바꾼 셈이다.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민주당은 거의 파멸로 치닫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당헌당규를 입맛대로 뒤집어버린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가 진행한 정치 흐름은 스스로 묘혈을 파고 들어앉은 꼴이다. 이낙연 대표는 유력한 대선후보로 남아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했다. 모양 좋게 영남 대표에게 당을 맡기고 대선후보 행보를 거듭했더라면 이번 공천 문제에 휘말릴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오늘의 1등 대선 우선주는 이낙연이고 국민의 신뢰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정치에서 한 번 민심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그 파급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변하듯 엄청나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40석을 얻었던 바로 그러한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는 민심 동향이다.

코앞의 이익을 생각하다가 통째로 날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이번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아직도 기회가 남아 있다. 권력 맛에 미각을 잃은 정치는 결국에는 파국을 맞게 된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에서 엿볼 수 있다. 패배라는 쓴맛은 모든 것을 잃고 난 다음에야 느끼게 된다. 민주당의 실패를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과거 독재 및 군사정권의 무자비한 칼날이 국민의 마음을 다치는 시대로 되돌아갈 것을 염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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