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가을밤
  • 전주일보
  • 승인 2020.11.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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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달빛이 적막하게 쏟아지던 가을밤이었다

낮에 같이 놀던 귀뚜라미가 생을 놓았다
왜냐고 묻지 않고 
다만 귀뚜라미를
마당가에 묻어 주었다

귀뚜라미 무덤에 풀이자라고
밤이슬이 맺히더니
어린 귀뚜라미가
달을 보며
제 에미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마다 차르르 차르르 낡은 손풍금소리가 났다

 

ㆍ 가을밤 : 전북 무주읍 부남면 무주 부남초등학교 관사

귀뚜라미는 등과 배가 평평하여 땅 위에서 살기 알맞게 되어 있다. 몸 색깔은 흑갈색이 많다. 청솔 귀뚜라미처럼 밝은 녹색도 있다. 앞날개는 배보다 짧으며, 뒷날개는 퇴화하였다.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다. 더듬이는 몸보다 길며, 꼬리 끝에 산란관이 있다.

수컷은 앞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낸다. 귀뚜라미는 울 때, 자신의 영역을 주장할 때, 싸움을 할 때, 암컷을 유혹할 때 등 때에 따라 내는 소리가 각각 다르다. 대부분 땅 위나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지만 물에서 사는 것도 있다. 불완전 변태를 한다. 우리나라 · 중국 · 일본 등지에서 서식한다.

초저녁 댓돌 밑이나, 새벽 뜰에서 귀뚜라미는 시인처럼 순진무구한 언어로 가을을 읊조린다. 아침이면 귀뚜라미가 읊던 가을은 말간 이슬이 되어 풀잎에 방울방울 맺힌다. 풀잎 뒤에 숨은 귀뚜라미는 귀를 열어놓고 자신의 가을노래가 누구를 울렸을까 생각할 것이다.

귀뚜라미가 우는 밤이면 단풍이 들고 낙엽도 하나씩 떨어진다. 창호 문에 달빛이라도 쏟아지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처량하다 못해 피를 토하는 듯하다. 밤안개처럼 깔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어렴풋하고 그윽하여 해독 불가다. 그러나 또랑또랑해서 좋다.

불 끄고 누운 잠자리에서 귀뚤귀뚤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마음이 심란해지는 사람은 모두가 시인이다. 가을밤은 서늘하게 깊어 가는데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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