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국화
  • 전주일보
  • 승인 2020.10.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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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0㎡ 부지에 형형색색 핀 국화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된 것은 국화 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국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국화를 보듯이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얼굴마다 천년고도 익산의 숨결이었다
국화가 국화전시회에 모였듯이 사람들이 국화전시회에 모여서
서로 다른 얼굴과 마음을 대 보고 있었다
다른 것들이 모여 또 다른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가을의 전령사가 누구냐고 묻자,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이 저요저요 손을 든다. 국화의 사촌들이다.
천만송이 국화축제가 무르익은 어양동 중앙체육공원 특설무대에서, 구절초는 쑥 모양을 하고 한 개의 쑥떡 생각을 하면서, 쑥부쟁이는 잎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를 달고서, 개미취는 흔히 들국화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산국은 개국화라고 국화 축에도 못 들면서,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이, 우리들은 모두 국화과에 속한다고 어물 정 넘어간다. 비슷한 몰골들을 정확하게 구별할 줄 알면, 야생화 공부는 끝났다.

사촌들을 못 알아봐도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에서는 같은 혈족이다

 

ㆍ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 익산시 주최로 해마다 가을에 열림

국화菊花 없는 가을은 가을이 아니라고 한다. 삭막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국화는 이름도 많다. 산국, 쑥부쟁이, 감국, 해국, 개미취, 구절초 등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 가을 소풍을 가다 보면 무수히 마주치는 국화는 산과 들에서 야생으로 핀 것으로 모두 들국화다. 사군자(매?난?국?죽)중의 하나인 국화를 조선 세종조 학자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9품의 꽃 중 1품으로 삼기도 했다. 삼국시대부터 재배돼 백제 왕인박사가 청·황·적·백·흑색 국화를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국화는 선택된 꽃이 되어 축제도 많다. 함평 대한민국 국향대전, 서산 국화축제, 화순 도심 속 국화향연,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 마산 고파국화축제 외에도 부지기수다. 국화는 청초함은 물론 향기가 강렬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서리가 내리면 풀과 꽃은 시들지만 국화는 서리 앞에서도 오만할 정도를 의연한 자세다. 이런 기품을 사람들은 흠모한다.
 1960~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를 기억할 것이다. 소쩍새가 우는 봄에서 천둥치는 여름을 거쳐, 가을철에야 비로소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으로 피어나는 국화를 노래했다. 당시 청?소년들의 가슴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 시였다. 또한 인연의 강이 얼마나 넓고 깊은가를 알게 한다. 가을꽃은 역시 국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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