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 통큰행정 기대한다
전북도의 통큰행정 기대한다
  • 신영배
  • 승인 2020.10.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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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대표
신영배/대표

다음달 13일부터 지정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10만원을 물게 됐다이제까지 제멋대로, 나 편한 데로 생각하고 살던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의식해야 한다"는 상생의 진리를 가르치고 있는것 같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평소 마스크를 쓴 사람은 환자이거나 아니면 뭔가 자신을 감추려는 이상한 사람이었다그런데 그런 이상한 모습이 정당하고 바른 사람의 태도로 인식되는 사회가 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면 어쩐지 불편하고 염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보인다.

세상의 가치관과 예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오늘이다. 하지만 이처럼 변하고 있는, 아니 이미 변해버린 세상에서도 지난 시절의 가치관과 판단기준으로 자치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바이러스조차 인간의 몸에 적응하면서 진화와 변이를 계속해 벌써 10여 가지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그럼에도 세상이 변하건 말건 내 신조대로 내가 추구하는 이상만을 좇아 살겠다는 지도자가 존재한다면, 아마 그 집단의 성패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새만금 수변도시 

엊그제 국토부 국정감사 때, 박영순 의원이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조성 사업은 담수호의 수질 문제로 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농업용수로 쓰는 화학적 산소요구량 4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5~6급 수준의 담수호로는 수변도시를 조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우 일리있고 당연한 지적이었다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도민들의 여론은 해수유통만이 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무슨 연유인지 전라북도는 거액을 들여 용역을 맡겨가며 담수호로 몰아가려 발버둥을 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전북도가 되지도 않을 수변도시에 꿈같은 청사진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도지사의 권위를 세우려는 건 아닐 테고 진정 멋들어진 수변도시를 조성해 자손만대에 자신의 공로로 남기고 싶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썩은 물이 넘실거리는 호수 주변에서 어느 누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더욱이 바닷바람이 년중 불어오는 곳에서...

최근 보이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용지 조성을 위해 새만금호 바닥 흙(펄)을 퍼 올리는 과정에서  썩어버린 펄이 바다로 흘러가는 바람에 어민들이 어로작업을 포기해야 했던 일만 보아도 지금 새만금호가 얼마나 썩어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여름은 엄청난 강우량을 보였다. 그럼에도 새만금호에는 녹조가 심하게 발생해 걸쭉한 녹조 라떼가 수면을 덮었다. 그렇다면 담수호에 대한 미련을 이제는 그만 버릴 때도 되었건만 무슨 일인지 쇠고집으로 버틴다. 힘이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힘센 대장이 마음대로 무리를 이끌지만, 이성이 지배하는 인간집단에서 지도자가 고집을 부리면 결국에는 구성원이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진행하는 데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힘을 들여도 이룰 수 없다. 어쩌면 이미 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각종 선거 때마다 새만금과 관련된 숱한 장밋빛 공약이 나왔지만, 아직도 매립과 기반도로 조성조차 끝나지 않았다.

새만금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갯벌을 희생해가며 조성한 국책사업이다. 우리는 그곳이 전북의 생명줄인 듯 매달렸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과실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이대로 가면 이미 잃어버린 천혜의 갯벌과 황금어장터만  모두의 그리움으로 남겨야 할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이참에 수변도시 같은 이상적 꿈을 버리고 해수유통 등으로 수질을 확보한 뒤에 새만금을 군산 · 김제 · 부안 권역의 중심도시로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역 발전이라는 새 길을 열어보자

필자가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했던 광역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작금의 시간에 대구와 경북 통합선언에 이어 부산, 울산, 경남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경제벨트를 만들기 위해 그 지역 지도자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광주와 전남 또한 통합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기에 대전과 충남, 세종시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덩어리를 키워야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북의 현실은 전주와 완주가 통합하는 아주 작은일에도 실패했다. 완주군 지역의 일부 인사들과 통합을 반대하는 특정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 들것을 염려해 반대 운동을 벌였다. 눈앞의 하찮은 이익을 크게 생각하는 좀생이 근성이 큰 흐름을 망친 것이다.

다시 돌아보자. 최근에는 전주시와 완주군 · 익산시 · 김제시가 항공대와 예비군 대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같은 전북이면서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사소한 이유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행정구역이 그렇게 중요한가? 지역이기주의라는 말은 지역을 자꾸만 작은 단위로 쪼개는 데서 나온다. 전주 · 완주 · 익산이 한 권역이라면 서로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을 터이다.

사정이 이런가운데 수년 후에는 절대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감소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전북의 지자체는 전주와 익산, 군산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소멸지역으로 구분된다. 도내 시군마다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온갖 대책을 내놓지만, 특효약이 없다. 가임 인구가 아이를 낳지 않는데 대책이 있을 수 없다가임 인구가 많다 한들 의미가 없다. 성장하면 고향보다 훨씬 살기 좋은 수도권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인구 문제는 시골지역의 폐교가 늘어나듯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도시지역의 1개 동()만큼도 되지 않는 군 단위 행정구역을 고집할 게 아니라 권역으로 묶어 특색을 살리는 광역화를 연구를 해야 할 때다. 전주 특례시 주장 또한 여타 시군 입장에서 평가해보면 매우 황당하다. 전주시만 잘살겠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례시 주장보다는 전주 인근의 완주와 김제, 임실, 나아가서는 익산시까지 합해서 광역시로 만드는 방법이 장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할 것 같다.

와 함께 전북을 3개 권역으로 묶는 방안도 생각해볼 일이다. 군산, 김제, 부안, 정읍, 고창을 하나의 서해 새만금 권역으로, 남원, 순창, 임실, 무주, 진안, 장수를 동부 산악 권역으로 특색을 살린다면 행정 부담이 줄고 지역 특성은 살아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기동력이 좋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지역마다 행정기관을 두는 일은 돈과 시간, 행정력 등 모두가 낭비일 뿐이다.

현대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모든 서류와 인허가를 받을 수 있고 물품을 살 수 있는 시대다. 자가용으로 거리가 좁혀진 오늘까지 조선 시대의 발상을 지우지 못하는 행정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바닥만 한 지역이기주의에 매달릴 게 아니라 다 끌어 모아 넓고 크게 만들고 생각할 때다. 당장할 수 없다면 지금부터 준비하고 뜻을 모으자. 마음이 있다면 길도 열린다. 송하진 전북지사의 통 큰 행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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