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激浪)의 시대를 쪽배로 건널 수 없다
격랑(激浪)의 시대를 쪽배로 건널 수 없다
  • 전주일보
  • 승인 2020.10.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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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완연한 가을이다.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야 하고 거리엔 낙엽이 바람에 휘몰려 구른다. 좋은 계절이 왔어도 마음이 상쾌하지 않고 늘 찜찜하다. 아직도 100명 언저리를 맴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숫자가 뒷덜미를 눌러 불편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불안과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눈초리로 서로를 경계하는 이 한심한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얼굴을 감추고 서로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지난 주일에도 나라 정치판은 헐뜯기와 물어뜯기로 얼룩졌고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에 대한 철저한 조사보다는 진영 간 갈등만 표출하는 데 그쳤다. 아직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의 키맨 김봉현의 옥중 폭로 서신이 또 한 번 세상을 뒤흔들었다. 검찰과 정계 로비와 검찰의 수사회피 내용이 담긴 이 폭로가 검찰개혁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주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앞지르고 나섰다는 내용이 나왔다.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도 이 지사가 약간 강세라는 보도다. 더구나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심에서 이 지사의 무죄가 확정되어 앞으로 이 지사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어서 호남 이낙연 대표의 대선 꿈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는 좁힐 수 없는 거리

 

사람 인()자가 말하듯 인간은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을 이루어 강하고 거대한 동물들을 이겨내며 최상위 포식자로 올라선 인간이다.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그 집단의 힘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를 파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혼자이기를 강요한다. 몰려다니며 못된 짓을 해 온 벌을 받는 셈이다. 끝을 모르는 욕심, 무리의 이익을 위해 다른 무리를 죽이기를 서슴지 않은 벌을 받는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주춤해져서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로 정부의 경계 정도가 내렸지만, 우리가 겪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족 간의 감염과 경로를 모르는 감염이 잇따르고 있으므로 이다. 10개월 이상 지속한 이 지겨운 격리 생활에 그리움조차 마르고, 정겹던 이웃이 불안한 이웃으로 변한 세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사이가 멀어지는 이 새로운 흐름은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다.

올해 말쯤에는 백신이 나와 코로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종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백신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쩌면 자연의 균형을 회복할 때까지 인간의 수를 줄이려는 자연의 조정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서로 멀어지면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는 인간의 약점을 흔드는 자연의 보복이 아닐까 싶다.

바이러스의 방해로 서로 멀어진 거리를 회복하는 노력이 절실한 오늘이다. 사람이 모이는 시설이 조심스럽게 문을 다시 열고 서로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멀어진 거리를 좁히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마스크 잘 쓰고 방역수칙을 잊지 않고 지키는 걸 기본으로 삼아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철없이 나는 괜찮다.’ ‘겁나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같이 망하자는 뜻이다.

 

진화하며 견뎌야 살아남는다.

 

바이러스 감옥에 갇혀 허둥대면서도 인간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모르던 것을 찾아내며 앞으로 가고 있다. 상상하던 범주를 넘어 전혀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이 만들어져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요즘 말썽을 빚고 있는 딥 페이크 영상을 보면 보통 사람은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정교하다. 사진 몇 장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얼굴을 감쪽같이 바꿔내는 이 기술을 보고 앞으로는 사진은 물론 영상조차 믿을 수 없게 되었음을 생각한다.

딥러닝을 이용한 이 기술은 딥러닝의 딥(deep)과 속임(fake)를 합하여 딥 페이크(deepfake)기술이라고 칭한다. 이걸 보며 앞으로는 눈에 보이는 것조차 믿을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었음을 절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넘어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그런 세상이 되어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오래지 않아 공상과학만화에나 등장하던 인조인간이 출현할 것이라는 짐작도 할만하다.

이렇게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는데 딱 하나, 반세기 동안 변하지 않은 집단이 바로 우리 정치인들이다. 특히 보수정치인들은 이미 화석으로 변했어야 할 반공이데올로기와 충성 줄서기 정치를 고집한다. 국회에서는 여전히 헐뜯어 흠집 내기에 열중하고 국민정서는 아랑곳없이 내 주장만 되풀이 한다. 진보세력이라는 사람들도 그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뿐, 정치행태는 거기서 거기다. 내 집단의 이익 챙기기에 빠져 국민이 코로나에 질식하며 꺽꺽거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정치집단은 딥 페이크로 만든 영상처럼 그 얼굴과 움직임이 전혀 다르다.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본디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입으로는 공정을 말하면서 전혀 공정하지 않고, 입만 열면 국민이지만, 누가 어디서 죽는지 신음하는지 알지 못한다. 오로지 권력을 갖겠다는 일념뿐이다. 권력을 쥘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태세다.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쪽배정치로는 이 격랑의 시대를 헤쳐가지 못한다.

바이러스의 기승 속에서도 날로 변하고 나아가는 세상이다. 이제 화석(化石)정치도 달라져야 한다. 나라의 주인을 위해 진정 애쓰는 정치를 하는 자만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코로나19를 견디며 결단성 있게 국민을 위한 몇 가지 조치를 한 것이 주목을 받아 가장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 그 실례다. 무리를 위해 충성하는 어리석은 정치는 그만두어야 한다. ‘오로지 주인인 국민을 위해달리는 정치로 변해야 나라도 국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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