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수원 가는 길
교육연수원 가는 길
  • 전주일보
  • 승인 2020.10.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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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실비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집니다
후삼나무 실가지 끝
후디티 노랫소리 눈물로 떨어지면
빈손이 허전한 날

가랑가랑 가을비는 내 가슴을 적시며
아픈 기억으로 파고들고
가는 님의 뒷꼭지는 예쁘다는
그대의 허기진 말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설운 눈짓을 보냅니다

가진 것은 훨씬 많아 졌는데도
그대와 함께한 시간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은
그대 빈자리가 허공이기 때문입니다

미륵산 운무가 어깨 짓누르면
낙엽은 쌓일 것이지만
교육연수원 가는 길이 조금은 분주해질 터입니다.

 
 

 전라북도교육연수원 :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소재

가을비는 애써 지어놓은 농작물들을 망가뜨려 농부들의 가슴속을 새까맣게 태운다. 제법 알곡이 차 고개가 무거워진 벼들이 가을비를 견디지 못하고 차레로 눕는다. 며칠 전 태풍에 쓰러진 벼들을 겨우 세워놓았는데 또 다시 내리는 가을비에 별수 없다는 듯 쓰러지고 만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은 파란 하늘을 시샘을 하는 방해꾼이다. 쓰러진 벼를 바라보는 농부들의 얼굴에 근심이 한 발채다. 가을비는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특히 바람 불고 낙엽이 날리면 금년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요즘 들어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눈만 감았다 뜨면 하루가 지나는 것처럼 세월은 쏜 화살 같다. 가을비라는 말에는 쓸쓸함이 배어있다.

가을비에 젖어가는 가로수라든가, 가을비에 젖은 꽃이나 낙엽 혹은 검은 우산을 받쳐 든 채 천천히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이 가을비와 어울리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한때 방 한 칸을 들이고 평생을 살고 싶었던 사람이 가을비를 맞으며 떠나던 뒷모습은 상상만 해도 그리움이 불현듯 솟구친다. 가을비는 센티멘털Sentimental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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