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전라북도, 변화가 필요하다
답답한 전라북도, 변화가 필요하다
  • 신영배
  • 승인 2020.10.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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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발행인
신영배/발행인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국의 시ㆍ도지사와 문 대통령이 만나 한국판 뉴딜을 지방으로 확산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 전북의 송하진 지사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모두 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일선 시ㆍ도의 건의사항으로 송 지사는 전북형 뉴딜의 추진 방향과 지역 주도형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조성사업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절차 간소화, 재정지원, 예타 면제 등을 건의했다고 한다.

나는 송 지사가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은 시기에 청와대 회의가 열려, 대통령 바로 옆에 서서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이 잡힌 사진을 보며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전국에서 도세가 가장 빈약한 전라북도지사이지만, 그 사진에서만은 그리 초라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 전라북도의 현 위치와 이 다급한 변화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도민이 똘똘 뭉치는 단합으로 이끄는 송 지사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시대에 앞서나가야 산다

‘뉴딜'이라는 영단어가 대한민국의 핵심 국정 주제로 떠오를 만큼 오늘의 세계상황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휘둘려 피폐해진 각국의 경제 사정은 한결같이 큰 폭의 국민생산과 소득의 하락을 예고하여 모두 긴장 상태에 있다. 언택트 관련 상품이 잇따라 출현하고 줄어든 수입에 맞추어 상품을 개발하느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을 주창하고 한꺼번에 관련법을 모두 뜯어고쳐 전반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그 배경은 경제공황에 따른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에 있었다. 지금 세계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침공으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비상한 계획을 마련하고 모두의 마음을 모아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 전북은 아직도 조선 시대의 사대부(士大夫) 정신을 지향하는 도지사와 목민관(牧民官)을 자처하는 시장 · 군수들의 어이없는 정신세계에 한심해하며 살고 있다. 다른 지역은 이미 전북의 몇 십 배에 달하는 경제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더욱 큰 광역경제권을 구상하고 추진 중인데 우리는 새만금 지역 시군 경계 다툼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시군마다 대동소이한 사업으로 경쟁하면서 주도권을 잡겠다고 힘겨루기를 서슴지 않는다. 전라북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지역 특색을 살리고 공동보조를 맞추면 상승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터이지만, 전북도는 싸우든 말든 따로 논다.

영남지역인 대구와 경북이 오는 2027년 목표로 통합을 선언했다. 여기에 대전과 세종, 광주와 전남이 통합을 추진중이다. 또 부산과 울산, 경남은 3개 시도를 모두 아우르는 경제권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전북은 조선 말기에 답답한 양반통치에 신물이 난 민중들이 봉기했던 동학혁명 기념사업조차 정읍·고창·부안·김제·전주가 제각각 의미를 부여하고 따로 행사를 치른다.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정신을 갈가리 찢고 흩트려 제멋대로 해석하는 한심한 일에 전라북도는 그저 수수방관이다.

광역자치단체의 기능은 예산이나 배분하고 국가 고유사무를 중개하는 역할에만 있지 않다. 전북도의 발전과 통합된 힘을 발휘하도록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에 정한 활자의 의미를 넘어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은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 전라감영을 복원하고 지난날 전라도 수부였던 역사의 자긍심도 좋지만, 녹두밭 윗머리처럼 피폐하고 흐트러진 지역의 힘을 끌어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으로 분출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전북은 광주권과 충청권, 경상권으로 찢겨 사라질지도 모른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자주 만나야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 세계는 코로나 이후의 시대 상황에 맞추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지역은 지역 나름의 특성을 끌어올려 시대의 물결에 맞추는 노력에 여념이 없다. 이제까지 해오던 생각과 일, 경제 흐름이 모두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가 정책을 자랑하던 가전과 전자제품들이 스펙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모색하고, 멋진 매장에서 충동구매를 노리던 백화점들도 온라인으로 들어가 매출을 올리는 전략으로 살길을 찾는다.

우리 전북도 이런 흐름을 재빨리 간파해 살길을 찾아야 한다. 시군별로 나랏돈을 얻어 와서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북도 전체가 서로 연결되고 이웃 시군의 기반시설과 연계하는 사업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따로 하나의 기능을 갖는 것보다 이웃 시군의 어떤 기반시설과 연계하면 양쪽이 다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경쟁적으로 저쪽이 만들었으니 우리도 한다는 식은 낭비이고 서로 망하는 지름길이다.

전라북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서로 만나 행정상 문제와 추진 방법 등 정보를 교환하고 전북도 전체적인 조율을 통해 공동의 발전을 도모해야 옳다. 전주 항공대와 에비군 대대 이전을 두고 완주군수와 김제시장이 전주시장에게 항의방문을 하는 따위의 행정력 낭비도 서로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다급한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 시장 군수들은 자주 만나야 한다. 그리하여 역할과 재원을 나누고 힘을 합하는 지혜로운 행정이 이루어져야 이 어려운 시대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제까짓 게 뭔데?, 저나 나나 선출된 단체장이야.”라는 시각으로는 이 난관을 넘어서기 어렵다. 전북도가 서두르고 시장 군수들이 합심하여 허심탄회하게 서로 걱정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술술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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