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건축위원회 결정에 부쳐
군산시 건축위원회 결정에 부쳐
  • 전주일보
  • 승인 2020.10.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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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발행인
신 영 배/ 발행인

지난 시절부터 전북 지역에서 사업(특히 건축)을 하려면 간도 쓸개도 다 빼놓고 여기저기 눈치보고 비위맞추는 능력이 있거나, 대단한 권력 배경으로 누를 자신이 없으면 시작부터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여러 사업자가 전북에서 사업을 계획했다가 포기하고 돌아갔다. 원인은 이해관계가 성립할 것 같지 않은 주변인들이 저마다 민원을 만들어 뭔가 얻어내려 덤볐고, 건축위원회의 횡포가 대단한 지역이어서라고 했다.

우리는 건축위원회에서 심의한 내용을 무시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건축심의 때,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하는 말이다. 이 말은 건축 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심의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데, 그 위력은 실로 가공하다.

건축법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도 심의위원들이 안 된다라고 반대하거나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심의위원들만 눈감아 주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로 확대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선에서 건축업을 영위하는 건축주나 사업주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치단체에 밉보이거나 신축할 건축물과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입김이 작용할 경우, 초법적 조건이 달리는 등 사업방해가 이뤄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업체들은 특히 이해당사자가 지방의회 의원일 경우에는 집행부와 연결해 상상할 수 없는 심사 결과를 초래되기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군산시 건축위원회는 주식회사 더 프르테에서 신청한 미룡동 군산대학교 인근에 지하1, 지상 14(23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재심의를 실시했다. 그리고 사업주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조건부 의결했다.

군산시 건축심의위원회가 내세운 조건을 보면 주변과의 층수 조화를 고려해 층수를 낮추고 도로와 접한 부분의 가로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5층 높이의 주변 건물과 층수를 맞추라는 건 사업을 포기하라는 뜻이다.

통상 건축업체들은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물에 대해 자치단체와 사전 협의를 거친다. 층수는 물론 부대복리시설, 교통, 주차장, 배치 등 해당 건축물에 대한 법적 문제를 검토한 후에 규모를 확정짓는 것이 상례다

이후 건축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 허가 절차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사업주체들은 건축심의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 건축위원회는 5층인 주변 건물들과 층수 조화를 고려해 건축물 층수를 낮추고 건물 구조도 L자 형태나 가운데를 비워 둔 중정형태의 건물을 지으라고 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이 건축물이 들어설 부지 인근의 원룸주택의 생존권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럴싸한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바람에 군산대학 인근 원룸주택이 텅텅 비어 현상유지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대학생들이 수도권을 비롯해 전주와 익산 등 자신의 집에서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기 때문이다.

당연히 학교 인근의 원룸은 공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룸소유주 또한 대부분 영세한 임대인으로 공실이 생길 경우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 구조다그러나 인근 원룸과 이 오피스텔은 전혀 다른 성격의 건물이다.

신축 건물은 새만금에 들어오는 각 기업과 군산지역에서 거주하는 고급 인력들이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전주나 익산의 오피스텔을 이용하는 점을 고려하여 고급오피스텔을 신축하려는 사업이다. 분양가는 21형이 11,500만원이고, 6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오피스텔이므로 인근 원룸의 학생들이 살 수 있는 건물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또 건물의 높이와 주변과의 조화를 말한다면 이미 2018년에 은파 호수공원 내 임야에 무려 21층의 건물을 짓도록 위원회가 심의 의결했던 일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라북도 건축위원회 운영 및 심의 기준을 보면 법령의 위반사항이나 설계의 오류, 행정계획 위반, 미리 공고된 기준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고 도시발전을 위해 주변과의 조화 등을 검토하도록 정하고 있다심의위원회는 당연히 신규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주변의 영향을 살펴야 하는 의무도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나 지자체의 입김이 작용하여 위원회결정을 방패삼아서는 결코 안 된다.

지난시절 각종 공동주택 현장에서 건축위원회의 무소불위 횡포는 공동주택이나 대규모 건축을 경험한 건설사 및 사업주체들은 모두가 머리를 흔드는 위원회의 횡포와 작용인 것이다. 그럼에도 건축위원회의 기능이 늘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정부가 건축위원회를 만든 것은 건축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난개발 등의 부작용을 차단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수년 동안 건축위원회의 무책임한 심의로 인해 행정심판을 비롯한 행정력 낭비는 물론 사유재산 침해 등의 사유로 행정소송이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건축위원회 위원들은 심의 내용이나 결과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저 위원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말하거나 주도적인 위원의 뜻에 따라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건축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들판에 10층 이상의 고층을 짓겠다고 신청한 나홀로 건축물등에 대해서는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층수를 낮추거나 분동을 검토하라고 권고하거나 조건화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일이 건축위원회에게 부여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전에 형성된 낡은 건축물, 즉 원룸 사업자의 경제성을 위해 새롭게 현대화 된 건축물을 허가할 수 없다는 일부 심의위원과 군산시의 건축행정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

특히 군산시는 새만금 지역의 중심도시로 앞으로 낡고 비좁은 원룸보다는 고급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군산시민이 아닌 일부 원룸 사업자들의 터무니없는 발상에 위한 심의 결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축위원회의 재심이 끝난 지금, 굳이 오피스텔 사업자의 편을 들고자 이글을 쓴 건 아니다. 어딘지 의문이 드는 이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군산시는 이 결정에 하등의 작용이 없었는지 궁금한 일이 너무 많아서 중언부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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