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 전주일보
  • 승인 2020.09.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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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일 / 전북농협 본부장
박 성 일 / 전북농협 본부장

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과 향후에도 주기적, 계속적으로 코로나와 유사한 전염병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농산물 유통시스템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문, 방송에서도 이미 보도된 것처럼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쌀 국내비축을 확대하거나 수출을 금지하거나 물량을 조절하고 있고 많은 국가에서 식량안보에 많은 관심과 식량수급에 대한 점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코로나19로 물적·인적자원의 이동이 제한되고 국제물류시스템 위축으로 세계 식량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 할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시작하였고, 곡물 수입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긴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빈번한 기상이변과 코로나19이후 환경변화가 안정적 식량 공급망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재인식하게 하였고, 이에 대응한 국가안보차원의 농업생산기반 유지와 균형성장이 더욱 더 중요해졌다.

코로나19는 국제간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며 외국인근로자 입국지연 문제가 농업부분에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봄철 농번기에는 농협이 중심이 되어 기관·단체와 자원봉사단체의 대대적 일손돕기로 어렵지만 위기를 넘겼다. 수확기가 다가오는데 더 걱정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노장자가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 외국인 노동자 없이 농촌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현실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단기적으로는 수확기 인력 필요에 대비하여 베트남, 캄보디아 등 외국인 노동자 해당국과 협조하여 수확기 전 자가 격리기간을 고려하여 필요인력을 미리 입국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자가 격리에 소요된 비용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농협의 인력중개센터 등을 통해 농촌인력문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유휴 노동력을 농촌에 활용하는 방안 등 농업부분 인력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농업교육은 농업의 특성상 영농기술교육이 주를 이루고 실습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농업분야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강좌는 물론 유튜브를 통한 교육이 이루어지지고 있고, 현장의 영농전문가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직접 영농기술을 소개하는 개인방송도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농촌 현장에서는 비대면 교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사는 파종부터 수확, 판매에 이르기까지 직접 체험하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힘든 측면이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는 청년농부사관학교 등 새로 농촌에 정착해서 향후 농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새내기 농업인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은 집합 현장실습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일반 교육은 언텍트 시대에 대비하여 유튜브, 농업방송 등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농업교육도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모바일 교육을 확대하되 농업인의 모바일 인프라와 활용능력을 고려하고 한방향의 전달교육이 아니라 농업인이 원하는 교육, 농업인이 함께 참여하는 쌍방향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농업의 생산과 판매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중앙회에서도 내부적으로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비전2025에 핵심가치로 설정하고 디지털혁신부를 설치하는 등 농산물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원예작물 생산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축사 등에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작물과 가착의 생육환경을 적절하게 유지, 관리하는 스마트 팜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올해부터 온라인 경매제도 ‘온라인 장터’도 새롭게 시작했다. 양파를 지난 7월 부터 시작했고, 우리 지역에서도 남부안농협, 봉동농협, 전주시조공사업법인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ASF(아프리카돼지열병)·코로나19로 집합교육 중단장기화에 따른 교육 공백 해소를 위해 10개 축협에서 비대면‘온라인 지원반’을 운영하고 있다. 축산관련 종사자는 온라인 교육(신규허가·등록, 가축거래 상인, 차량운행 및 보수교육 등 전 과정) 실시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가축질병예방 등 보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농업으로 전환이 주로 대농이나 기업농 위주로 정책이 실행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초기 안정적 정착과 확산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여전히 우리 농업은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중소농이 대부분이다. 농촌인구의 고령화, 인구감소, 코로나19에 따른 인력수급불균형 등을 고려하여 디지털 전환이 소수 농기업이나 원예·축산 등 특수 업종에 집중되지 않고 많은 농업인들이 디지털 농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농업도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업은 농업의 특성상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코로나19와 기록적인 장마에서 보듯 농업이 변화에 대응하고 국민의 생명창고로서 국가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하고 국가에서도 농업부분에 장기적이면서도 대대적인 예산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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