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요금 납부유예의 허실
도시가스 요금 납부유예의 허실
  • 전주일보
  • 승인 2020.09.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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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가 지난 19일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도시가스 요금 납부유예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 등 12,543가구의 상업용 가스와 기초생활수급자와 생계 · 의료 · 주거 · 교육 급여자, 중증 장애인, 독립유공자, 상이자, 차상위계층, 다자녀 가구 등의 주택용 가스 사용료 가운데 9~12월 사용 요금 청구분에 대해 3개월간 요금 납부를 유예해준다는 내용이다.

3개월간 납부를 연체해도 연체료 2%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리고 내년 6월까지 유예되었던 요금 합계를 균등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에 따라 도시가스 요금 미납에 따른 공급중지도 유예한다.

얼른 보면 뭐 대단한 은전을 베푸는 듯하지만, 내용을 곰곰 들여다보면 뭔가 도움을 주었다는 명분을 만드는 생색내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상공인 가운데 도시가스를 많이 쓰는 일부 가구에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기껏해야 3개월간 연체료 2%를 물지 않는 혜택과 요금미납에 따른 공급중지를 잠시 피할 수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납부유예기간 3개월에 따른 이익을 환산해보면 소상공인의 경우에도 많아야 5~6만원, 코로나19로 장사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가스 소비도 적을 것이므로 기껏해야 2~3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더구나 가스요금을 내지 않고 미루다가 금액이 쌓이면 결과적으로 빚을 내야 밀린 요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십상이다. 어려울 때 미루다가 금액이 커지면 정말 어려운 경우를 당하게 되므로 월정 요금 등은 어려워도 납부를 하고 견디는 것이 가계 운영의 기본이다.

기초수급자 등 주택용 가스요금의 유예는 더욱 웃기는 혜택이다. 다자녀 가구나 일부 식구가 많은 가구에서는 가스사용 금액이 2~30만원에 달할 수 있겠으나, 앞에 열거한 가구는 대부분 절약하는 살림을 하고 있으므로 추운 겨울에 많이 써봐야 6~7만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어려운 가구의 가스 사용액수는 5만원 미만이다. 소형 임대아파트의 경우 3만원도 나오지 않는다. 아껴 쓰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가스요금 납부를 유예해주겠다는 생색은 정부가 통신비 2만원씩 지원해준다는 생색보다 더 보잘 것 없다. 아마 주택용 유예 신청은 지극히 한정된 가구에 한할 것이다. 코로나19가 곧 끝날 상황도 아니고 내년에 어디서 목돈이 나올 일도 없는 어려운 이들에게 적은 돈을 미루어 한꺼번에 내라고 선심(?)을 쓰는 따위의 행정은 무엇인가? 이미 전기료와 가스요금을 할인하거나 보조해주는 복지 제도가 있는데 공연히 크게 베푸는 척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도와줄 것이면 소상공인 가운데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이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른 행정이다. 또 신청을 해야 유예를 해준다는 대목도 우습다. 이미 대상자가 파악됐으니 신청이 없어도 유예처분은 가능하지 않은가? 헛생색이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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