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의 대민 의식 먼저 고치자
단체장의 대민 의식 먼저 고치자
  • 전주일보
  • 승인 2020.09.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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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민선7기 목민관클럽 제8차 임시총회가 열렸다. 이번 임시총회는 22명의 단체장이 모여 화상회의로 진행했다고 한다. 목민관 클럽은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자발적인 협력과 연구, 상호교류를 위한 모임이라고 한다.

지역과 정당을 초월하여 모임 취지에 동의하는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포럼과 세미나를 열고 선진사례를 연구하고 글로벌 교류를 추진하는 등 상당히 발전적인 취지와 움직임을 보이는 자생단체로 보인다.

모임의 취지나 활동 등은 나무랄 것 없이 좋은데, 그 명칭이 퍽 거슬린다. 목민관(牧民官)이라는 단어는 지난날 전제군주 시절에 쓰던 용어다. 사전에는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라는 뜻으로, 고을의 원이나 수령 등의 외직 문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백성을 다스리고 기르는’, 그런 전제군주시절의 지역 수령 이름을 굳이 오늘의 자치단체장들이 좋아하는 건 왜일까?

이런 명칭을 굳이 쓰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들은 주민이고 국민이며 자신들에게 표를 주어 당선시킨 주인들을 발밑에 두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날 군주국가 시절에 나라의 주인은 임금이었고 그 임금이 내린 직첩을 받아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을 벼슬아치라고 불렀다. 그 범주에는 원님도 있고 관찰사도 있고 한 지역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 그들을 통칭하여 목민관이라고 했다.

오늘날 주민들이 표를 주어 일을 잘할 사람을 고르는 게 선거다. 누가 주인을 위해 가장 일을 잘할 것인지 고르고 골라 시장, 군수, 도지사를 뽑아놓으니 그들끼리 모여서 자칭 백성을 다스리고 기르는 사람이라는 목민관이라고 참칭(僭稱)한다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머슴이 주인을 다스리고 기른다고 나서는 그들의 죄를 군주시대로 치자면 바로 역적죄에 해당한다. 건방진 것을 넘어 오만방자(傲慢放恣)한 그들이다.

표를 달라고 무릎을 꿇으며 절을 할 때의 마음은 어디가고 주인들을 깔아뭉개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며 군림하려 드는 그런 단체장의 마음으로는 절대 좋은 행정을 할 수 없다. 머슴이 주인을 어렵게 알고 받드는 마음이 있어야 농사도 잘 짓고 집안이 청결하게 유지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인을 우습게 아는, 선거만 끝나면 거드름을 피우는 그들에게 다시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 철딱서니에게 칼을 맡기고 불을 맡기면 그 피해는 주민들이 본다.

전라북도에도 목민관 클럽 멤버가 몇 명 있다. 그리고 주자학의 군자삼락(君子三樂)을 빌어다가 삼락농정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농정을 자랑하는 도지사도 있다. 지금은 사대부의 시대가 아니다. 고리타분한 전제군주 시대의 관리(官吏)의식으로 초고속 시대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단체장의 시각이 바뀌어야 공무원들도 주인을 제대로 알아 모실 수 있다. 머슴이 주인을 능멸(凌蔑)하려드니 세상이 시끄럽다. 머슴은 머슴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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