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시간’은 시작됐는가
‘이낙연의 시간’은 시작됐는가
  • 전주일보
  • 승인 2020.09.09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재 칼럼
이 현 재/논설위원
이 현 재/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7일 제382회 국회 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여당 대표로 선출된 지 꼭 열흘 만에 선 사실상의 첫 데뷔 무대다.

이 대표의 키워드는 우분투였다. 아프리카 반투족 말로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 말에 함의가 없을 수 없다. 국민 분열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적대적인 정국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자 21세기 새로운 전진을 향한 대합의의 제안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이해찬 전 대표 체제에서 정부 여당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워온 국민의힘은 울림이 있는 연설이라며 협치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가 주변에선 이 대표의 연설 내용을 두고 마치 대선 출마 선언문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말들이 나왔다. 당권 장악으로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낙연의 시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낙연 리더십, 화두는 우분투

 

차기 대선 날짜는 202239. 과연 D-535을 향한 이 대표의 시간은 시작됐는가?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첫 시침은 제대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여론의 흐름이 괜찮게 나오고 있다. 진폭은 있지만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의미 있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터에 당·정의 한 축을 책임지며 문재인 대통령과 나눌 스킨십은 친문계의원들과 당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 176석 공룡 여당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대로 언론에 노출될 터이니 국민들에게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켜 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문제는 이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당권-대권을 분리한 민주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확실한 만큼 대표직에 있는 시간은 최장 193, 반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 짧은 기간에 당심과 표심을 모두 잡는다면 이 대표의 시간은 대선 투표일까지 연장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이 대표의 시간은 도중에 멈추거나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까지 연장된다 해도 의미가 없어진다.

 

전망과 불투명의 혼재

 

이 대표가 과연 그 짧은 시간에 대선 승리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과제가 대두된다.

첫 번째 변곡점은 당내 경선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 등 라이벌을 뿌리치고 본선에 올라 야권 후보에게 승리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친문 당원들의 지지가 관건으로 떠오를 지점이다. 지난 대표 경선에선 당심이 이 대표에게 쏠렸다.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64%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최대 관심은 정권 재창출이다. 대표 경선 압승도 차기 대선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데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최근 이낙연 대망론에 이상 조짐이 생겼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8월 한 차례 이 대표를 추월한 데 이어 오차범위에서 치열한 경합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할지도 불투명하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은 대선지형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지표다. 그리고 현 시점만 놓고 보면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다. 일주일 단위로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는 문 대통령에 대한 고정 지지율이 최소 40%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도 오차 범위 밖에서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을 계속 따돌리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선 그 격차가 거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들의 정서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 정권 고위 인사들의 부패 스캔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정권을 장악한 민주화 세력들이 신() 기득권으로 변질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눈에 띄게 쌓여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뒷받침 해온 개혁에 대한 기대감과 K-방역에 대한 약발도 떨어지고 있다. 반면 국론 분열과 미숙한 외교, 남북 관계의 부진, 부동산 문제,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4개 여론조사가 지난달 합동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선 정권유지를 바라는 응답보다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이 더 높이 나오기도 했다.

 

1차 검증대, 예산안 합의 처리

 

이 모든 것은 이낙연 대망론의 성패 여부는 이 대표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음을 웅변한다. 언급한 변수들이 이 대표 밖에서 생성 소멸하는 외생변수라면 앞으로 이 대표 스스로 만들어 가는 변수들은 자신의 외연을 넓혀가는 독립변수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가 주변에선 이 대표가 만들어가야 할 독립변수로 한 결 같이 두 가지를 지적한다. 먼저 당내 경선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과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계속 붙들어 둘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이는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그 위에 문 대통령과 차별화된 리더십으로 중도층 이탈을 막아내 충분조건을 마저 충족해내야 한다. 필요충분조건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용인하는 차별화를 기해 충성도가 높은 기존의 친문 지지층을 흡수하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달리 말해 스스로 만드는 독립변수로 외생변수를 제거 내지 완화해 모든 변수를 상수화시킬 때 비로소 대권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대표의 남은 임기는 이제 반년, 사실상 정기국회가 끝나는 4개월에 불과하다. 예산안 합의 통과 여부는 이낙연 리더십의 1차 검증대가 될 것이다. 협치의 리더십 실체가 드러난다. 그 연후 대표 사퇴 후 실시되지만 책임론에서 비켜갈 수 없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2차 검증대가 될 것이다. 대선 경쟁력의 가늠자에 해당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