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김성주 도당위원장
시험대에 오른 김성주 도당위원장
  • 전주일보
  • 승인 2020.08.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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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칼럼

더불어민주당 도당 위원장 선거가 전북사회에 공 하나를 쏘아 올렸다. 인물 부재론이 무성한 전북사회에 어떤 형의 인간이 전북을 대표하는 뉴페이스가 돼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아리스토텔레서는 플롯의 분배론을 통해 그 자격을 공덕을 쌓은 자라고 규정했다. 자질에 노력을 더해 최고의 미덕을 갖춘 자가 가장 좋은 악기(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의라는 이야기다. 공자는 곧은 것을 적임의 요소로 꼽았다. 노나라 애공의 질문에 곧은 것을 들어 굽은 것 위에 놓으면 백성들이 따른다고 답했다.

모범 답안은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대사회에서 도덕성과 능력은 지극히 추상적이고도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런 연유로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는 민주주의 체제에선 유권자의 선택, 다시 말해 다수의 지지를 받은 선거 결과가 인물론화두 풀이의 낙처(落處)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 도당 위원장 선거 과정은 제대로 된 낙처를 찾는 과정이었던가?

-도당위원장 선거의 인물론

'한국의 정치 계급은 보통 사람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적이 있었던가?’ 불연 듯 한국어판 서문에서 던졌던 <포스트 민주주의>의 저자 콜린 크라우치의 질문이 떠오른다. 동과 서, 남과 북을 오가며 지겹도록 계속되는 장마만큼이나 오락가락했던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를 지켜본 소회다.

집안 행사로, ‘그들만의 잔치로 치부하면 그만일 수 있다. 정치판이 다 그러려니 하며 소리 한 번 내뱉고 고개를 돌려도 세상사는 돌아갈 터다. 하지만 전북의 지방자치와 중앙정치를 독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도당 위원장을 뽑는 선거가 내 삶과 무관할 수 없다. 따라서 크라우치의 패러디를 토해내 본다. ‘전북의 민주당 엘리트들의 눈에는 전북도민이 있기는 한 걸까?’

무엇보다 전북도당의 얼굴이 되겠다고 나섰던 인사들의 자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추대 일보 직전에서 물러난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편법 상속 의혹과 대량해고로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와중에 집권당의 도당 위원장 감투를 쓰겠다고 나섰다. 그대로 위원장에 추대됐다면 180만 전북도민 전체의 명예를 개인의 명예와 바꿀 뻔 했다.

재공모를 통해 양자 대결에 나섰던 이원택 의원을 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초선의 경력을 문제 삼을 순 없겠지만 몇 달의 청와대 행정관 경력을 빼고는 중앙정치 경력 및 네트워크가 빈약하다. 그런 그가 전북의 산적한 현안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찍게 된다.

게다가 전주시의회 의원 임기 도중 곧바로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 비서실장으로 직행했던 행적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권력분립 논란을 낳았고, 3선의 김춘진 의원을 배제하고 이 의원을 단수 공천한 중앙당의 공천 과정은 지금도 납득되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런 터에 도당 위원장에 도전했으니 그 배경을 두고 숱한 말들이 나돌 수밖에 없다.

-'정치꾼정치인

과정이야 어쨌든 민주당 전북도당의 새로운 집행부는 출범했다. 키를 쥔 선장은 재선의 김성주 의원이다.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 투표로 진행된 선거 결과는 2.48%포인트 차의 초박빙이지만 주어진 소임은 가볍지 않다.

앞으로 2년 동안 민주당 도당의 당무를 총괄하는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전북의 정치 지형이 민주당 독점 구도인 점을 감안하면 전북정치권 전반을 아우르는 꼭짓점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김 위원장의 책무는 막중하다. 첫 번째 소임은 물론 지역 당무의 총괄자로서 전북의 차기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이끄는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전북도민의 입장에서 보면 김 위원장에 거는 기대는 당무 이상일 수밖에 없다. 전북도민이라면 전 생애에 걸쳐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낙후 탈피를 위한 역량 발휘를 주문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점을 중앙과 역내로 확산시켜 선과 면을 그려내고 다시 입체를 만들어내야 그 책무를 다하게 된다.

김 위원장 스스로 도당 위원장 출마선언문을 통해 전북의 성공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전북정치의 새로운 대표선수가 되겠다고 자임했다. 그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 자신의 향후 정치적 위상도 달라질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당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있어 감투가 아니라 시험대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새만금을 그린뉴딜 1번지로, 전북혁신도시를 국제금융도시로, 전북을 농생명 수도로 만들어가고 남원 국립공공의대 설립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이 이런 당무적·지역적 소임을 잘 감당해내 명실상부 한 전북의 대표 정치인, 나아가 중앙당 및 전국구적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돌아가는 상황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정치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불법과 탈법 행위로 인한 도내 지방의원 및 단체장의 직위상실과 일탈 행위 또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그대로 민주당 도당의 도덕성 회복과 개혁의 과제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 이력이 범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 학생운동의 중심에 섰었다. 곧바로 중앙정치를 향해도 부족하지 않은 학력과 민주화 경력을 갖고도 지역에서 기초의회부터 도전했다.

그리고 첫 두 번을 낙선하는 인고의 세월을 견딘 후 도의원에 당선된 후 재선을 거쳐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이런 선택을 두고 세상은 훌륭한 지도자보다 대중의 노력과 희생에 의해 변화한다는 철학을 말한 바 있다.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인(statesman)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의 아포리즘이 우려 섞인 조언이 아니라 2년 임기 후 전북의 대표 정치인의 꿈에 다가서 있을 김 위원장에게 미리 보내는 덕담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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