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대응 매뉴얼을 바꾸어야 한다.
재해 대응 매뉴얼을 바꾸어야 한다.
  • 전주일보
  • 승인 2020.08.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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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를 겪는 도중에 지루하고 무시무시한 장마까지 겹쳐 온 나라가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거기에 화룡점정(?)의 마무리로 태풍 장미까지 아랫녘에 물 폭탄을 퍼붓고 갔다. 이제는 정말 그만 퍼부었으면 좋겠다. 하늘이 맑게 개면 이번에는 내린 비가 증발하면서 후텁지근하고 맹렬한 더위가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이 보고 싶다.

다행스럽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통제가 제대로 자리가 잡혀서 일부 교회 등 집단의 철없는 행동을 제외하고는 안정상태에 있다. 초기에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팬데믹 상태일 때만해도 이러다가 속절없이 바이러스 따위에 허물어질 듯했다. 그러나 효율적인 대처와 종사자들의 가없는 희생 덕분에 차츰 질서가 잡히고 국민생활도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메르스, 에볼라, 에이즈 등 감염병이 왔었지만, 이번 코로나19 만큼 전파가 쉽고 빠른데다 치명도가 높은 질병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자꾸만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지금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지만, 계속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가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부실한 치료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질병이 유행하고 기후변화로 엄청난 강우량과 슈퍼 태풍, 허리케인, 40를 넘는 고온 등 자꾸만 극단적인 형상으로 치닫는 자연재해 속에 산다. 그런 변화를 몸으로 겪으면서도 우리가 재해에 대응하는 태도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하던 대로 묵은 매뉴얼을 반복하는 것으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장마로 곳곳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되고 물먹은 산허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그런 불가항력의 상황만 있는 게 아니라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사태도 있었다. 용담 광역상수원댐 방류로 하류지역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댐관리 사무소가 큰비가 계속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댐을 비워두었더라면 한꺼번에 방수량을 늘리지 않아도 되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섬진댐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방류량을 늘리는 바람에 하류에 둑이 터지고 가축이 탈출하는 소동과 마을이 고립되는 일도 있었다. 조금 더 섬세하게 대응했더라면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도내 각 지역에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이재민이 상당수 나왔다. 이런 피해상황에 국회의원들과 단체장들이 형장방문을 하며 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하고 수해복구를 위해 활동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수해난 곳을 보수하고 물을 빼내는 정도, 그리고 재난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어제 본지 사설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번 복구는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이번보다 훨씬 강력한 재해가 얼마든지 닥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더 큰 비에도 견딜 대책을 하지 않으면 미봉책이 될 뿐이다. 재난 대응 매뉴얼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의 경험은 별 쓸모가 없는 구식이다. 바이러스, 홍수, 강풍, 더위 등 모든 재해가 사납고 강력해졌다.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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