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의 독후감--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최영호의 독후감--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전주일보
  • 승인 2020.08.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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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라는 폭력에 맞서는 자유와 양심은 언제나 나타나며, 반드시 '승리'한다."
최영호 변호사 - 법무법인 모악
최영호 변호사 - 법무법인 모악

유럽,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대와 르네상스와 함께 나타난 근대, 그 사이에 중세(middle age)가 있었다.

가톨릭 교황청은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판매했다. 마르틴 루터는 반박문을 교회에 붙이고 교회의 개혁을 주장했고, 교회가 아닌 성서를 중심으로 하는 개신교가 나타났다. 교황청은 위협을 느끼고 개신교를 없애기 위해 종교재판을 부활시켰다. 용의자로 지목되기만 하면 고문으로 자백이 강요되었고, 형이 집행됐다. 각 국가에서 종교재판을 위한 이단심문소가 설립됐고 이단심문관을 양성하여 개신교를 탄압했다. 

대표적 예는 토르케마다 이다. 스페인의 도미니크회 수사이자 유대인 혈통인 토르케마다는 가톨릭의 권위가 약해진 1483년 종교재판소장에 임명됐다. 그는 누가 선한 그리스도인지를 고문으로 가려내라 지시했고, 고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화형됐다. 토르케마다는 재임 기간 최소 2,000명을 화형시켰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투옥되고, 고문당하며, 재산을 몰수당했고, 처벌이 두려워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그 일이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이 책은 '가톨릭에 맞선 개신교의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칼뱅은 가톨릭에 맞선 개신교의 대표적 지도자였다. 금욕주의자인 칼뱅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신정 정치를 이끌었다. 자유 속에 살아온 공화도시에 공포정치가 시작됐다. 그는 스스로 ‘보편적인 악덕과 싸우기 위해 엄격성을 연마’했다고 했고, 단 한 명의 죄인이 하나님의 심판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죄 없는 많은 사람이 벌 받는 쪽을 택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어떠한 오류가 없다고 생각했고, 오류를 지적하는 타인을 경계했다.

이 책의 첫 번째 사건은 ‘세루베투스의 처형’이다. 독특한 정신세계와 종교관을 가진 세르베투스는 칼뱅에게 편지를 썼고, 자신의 종교관이 옳다고 주장했다. 칼뱅은 하수인을 통해 가톨릭 종교재판에 세르베투스를 고발했다. 하지만 세르베투스는 죽지 않았고, 다시 제네바에서 칼뱅의 눈에 띄게 된다. 세르베투스는 제네바에서 이단의 죄목으로 화형당했다. ‘개신교에서 일어난 최초의 종교적 살인’이었고, 칼뱅은 개신교의 이념인 성서 해석에 대한 자유로운 권리를 스스로 부정했다.

카스텔리오는 온화한 신학자였다. 제네바에서 칼뱅과 함께했지만, 칼뱅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았고, 제네바를 나왔다. 그렇게 칼뱅과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세르베투스의 죽음을 두고 분노했다. 그리고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듯 카스텔리오는 칼뱅에게 대항했다. 책을 출간하고, 이단으로 재판을 받게 됐고, 결국 모함 속에 형벌이 아닌 병으로 죽게 된다.

카스텔리오가 승산이 없는 싸움인 줄 알면서 타인의 권리, 자신의 양심을 위해 싸운 인문주의자이다. 그는 세르베투스를 죄 없이 살해당한 사람이라 불렀고, 칼뱅에게 “한 인간을 불태워 죽인 일은 이념을 지킨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살해한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칼뱅의 이념과 권력으로 개인을 억압할 때 그는 목숨을 걸고 이에 맞섰다. 그는 ‘칼뱅의 글에 반대함’이란 책을 썼지만, 그 책은 출간되기까지 100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국가는 내면의 양심문제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독재자 칼뱅이 이단자란 이유로 처형한 점에 대해 “이단자란 우리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에 불과하다고 했다.

종교개혁은 가톨릭의 권위에 대항해 ‘오직 성경’이란 구호와 함께 양심과 성경해석의 자유를 쟁취했다. 권력과 권위에 빠진 칼뱅은 자신과 종교적 견해가 다르다는 사유로 이단의 낙인을 씌워 세르베투스를 화형시켰다. 세르베투스를 옹호한 카스텔리오에게 다시 이단의 낙인을 씌웠다.

군부 독재를 끝으로 독재와 양심이란 단어가 반복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이 전 정권 이야기만 꺼내며 50%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상한 정권. 마땅한 이유 없이 180석을 차지한 여당. 견강부회하는 여당 정치인과 무기력한 야당 사이에서 다수가 침묵하는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모든 칼뱅에 맞서는 어떤 카스텔리오’, 독재라는 폭력에 맞서 자유와 양심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가톨릭에 맞선 칼뱅은 한때는 카스텔리오였지만 다시 칼뱅이 되었다. 변주되는 칼뱅과 카스텔리오의 관계와 결국은 폭력에 맞선 자유와 양심이 승리한단 사실을 곱씹게 된다. 

/최영호 변호사 법무법인 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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