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시대와 미국
코로나바이러스시대와 미국
  • 전주일보
  • 승인 2020.07.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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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하루 28만 명을 넘어 1,600만 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다시 하루 3자리 숫자로 돌아가 11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은 하루 17만 명의 새 확진자가 나와 총 430만 명이 감염되어 15만 명이 죽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미국이 하찮은 바이러스에 맥을 못 추는 걸 보며 힘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평범한 이치를 새삼 깨닫는다.

북반구에는 한창 여름 휴가철이어서 바닷가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몰려 유럽의 유명 해안에는 바다를 찾은 인파가 바글바글한 영상이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퍽 부러운 생각이 들곤 했는데, 오늘 본 영상에선 저러다 또 몇이나 희생될까하는 생각이 앞섰다. 벌써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인식세계와 감정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유럽과 미국이라는 나라가 크게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유럽은 개인의 자유를 생각하면서도 공공질서와 타인을 위한 배려를 아는 사람들이어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자 바로 자제하고 지킬 것을 지켜 확산을 줄이는 걸 보았다. 반면, 미국은 대통령이라는 인물부터 우리 실력이면 바이러스 정도는 걱정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마치 동네 깡패가 뭐든 주먹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한심한 인식을 보인 미국이다.

아울러 그들은 약한 자, 가난한 자들이야 죽어도 싸다.’라는 적자생존의 인식구조를 가진 위험한 인간들의 집단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하루 17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만 대부분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가난한 사람들과 나이든 노인들이라고 한다. 처음엔 코로나 검사비조차 개인의료보험이 없으면 감당하지 못할 400여만 원에 달했다니 아프면 죽어야 하는 나라인 셈이다. 그러나 부자와 힘 있는 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안전한 환경에 있어 걱정이 없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만들고 돈이 되는 큰 사업에는 의례 그들의 힘이 작용하여 자연을 파괴해왔고, 화석 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해 지구 기후를 변하게 한 장본인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이 기후협약 탈퇴였다. ‘기후협약은 사기라고 말하면서 협약 부담금을 내지 않으려 꼼수를 부렸다. 그가 취임하고 나서 엄청난 허리케인이 연달아 미국을 휩쓸고 폭우와 산불피해 등 자연재해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트럼프의 언행을 들여다보면서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그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미국인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존 웨인, 커크 다글라스 등이 출연하는 서부 영화에 정신이 팔렸던 적이 있었다. 권총을 차고 일대일 대결로 깨끗하고 공정하게 승부를 가르는 모습에 열광했다. 그러나 얼핏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영화들이 미국을 멋진 나라로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 서부개척시대는 그저 힘 있는 자가 뭐든 먹어치우던 시대였다고 한다.

조선이 공맹지도(孔孟之道)에 현혹되어 중국보다 더 공자 맹자를 추종하고 주자학을 신봉하다가 일본에 먹히고 간신히 해방을 맞았지만, 다시 미국에 먹혀 그들의 전초기지 노릇을 하는 가운데 70년이 지났다. 우리 땅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을 치렀지만, 전쟁 당사국은 미국이었다. 유엔군이라는 이름은 허울이고 미국이 유엔의 이름으로 불러들인 참전국들엔 실권이 없었다. 들러리를 세워 한국을 실효 지배하기 시작한 미국이다.

한국전쟁이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끝났어도 미국은 67년이 지나도록 전쟁을 끝내지 않고 있다. 당연히 종전선언을 하고 물러나야 하는데도 휴전상태로 두고 아직도 유엔군 사령부가 남아 한국의 군사문제를 일일이 간섭한다. 미사일 거리와 탄두의 무게까지 제한하며 시시콜콜 간섭한다. 군사 작전권도 형식적으로 넘겨주었지만,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형작전 훈련 권한도 없다. 미국의 무기를 팔면서도 일본과 달리 까다로운 제한을 둔다.

지난번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기회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루어 내려 공을 들였지만, 미국이 끝내 회피하면서 종전선언은 물 건너갔다. 한국을 놓아줄 듯했던 것은 그럴듯한 제스처에 불과했다. 한번 코를 꿰어 잡은 소를 놓아줄 미국이 아니다. 저들은 그렇게 강점한 한국의 군사기지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되레 방위비라는 이름으로 거액의 돈을 받아간다. 미군이 쓰는 화장실 청소비용도 우리가 물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한다. 미국에 우호적인 보수 대통령 당선자들은 대부분 취임 전에 미국에 달려가 알현하고 충성을 맹세했다. 그들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미국에 가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인정받으려는 충심에서다. 반면 진보 인사가 당선되면 으레 미국의 주요 언론을 통해 미국이 염려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절반은 협박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강경한 논조로 방향을 제시하는 수법을 쓴다.

공개적으로 미국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셈이다. 그리고 국무부 중견 인물을 보내서 미국의 뜻을 전하고 미국방문 일정을 잡도록 요구한다. 그때쯤이면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들이 나서서 미국이 원하는 방향의 사설과 기사를 내보내 국민의 여론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 나라에서 진보 정권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총선은 무능한 보수정당의 깽판정치에 반사이익을 본 여당의 승리가 기적처럼 만들어졌다.

지난 25일 서울 도심과 서초동 등지에서 5개월 만에 다시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보수 세력의 집회가 열렸다. 박원순 사태와 부동산 정책으로 정권 지지율이 하락하자 이때다 싶어 다시 집회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믿는 미국은 11월 미 대선까지 코로나 소용돌이에 휩쓸려 엄청난 희생자를 내고서야 정신을 차릴 형편이다. 아무리 고함을 쳐도 들을 겨를이 없다. 차라리 미국에 몰려가 소리를 쳐보는 건 어떨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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