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4반세기, 전북의 길을 묻다
자치 4반세기, 전북의 길을 묻다
  • 전주일보
  • 승인 2020.07.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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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칼럼
이 현 재/논설위원
이 현 재/논설위원

71, 지방자치 부활 4반세기를 맞은 기념비적 날이다. 돌아보면 지방자치 부활은 우리 현대사의 일대 전환점이었다. 한 국가의 역사나 세계사를 막론하고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기 마련이고, 한국 현대사에 있어 일대 분수령은 민주화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할 때,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지방자치 부활의 역사적 의미 또한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1991년 지방의회 구성에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이 이뤄져 지방정부가 온전한 모습을 띠게 됐을 때의 감격과 감회는 새롭다. 지금도 생생한 기억은 당시 전북도민들이 지방자치에 보냈던 열망이다. 영남 군사정권의 차별로 인해 구조적 낙후가 첨예화된 가운데 자치시대를 맞게 되자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으로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다.

이런 역사성과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지방자치이니 만큼 지난 4반세기의 성과를 점검하고 보다 발전적인 50, 100년을 설계하는 작업은 전북의 미래를 펼쳐나가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자치전북 평가

 

자치 4반세기, 전북사회는 어떤 변화를 거쳐 어디에 서 있는가? 극과 극의 두 목소리를 듣게 된다.

단체장을 비롯한 자치 대표들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6기와 7기를 이어가며 6년째 전북공동체의 키를 잡고 있는 송하진 지사는 자치 4반세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5대 중점 시책을 정책진화의 관점에서 꾸준히 그리고 치밀하게 발전시켜왔다고 자평하며 전북 대도약 시대를 열자고 제안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을 비롯한 시장·군수들도 정도와 논조는 다소 다르지만 자화자찬 식의 중간결산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면에 도민들의 실망과 냉소는 갈수록 부풀어 오르고 있다. 급기야 지방자치 무용론이 전북사회 전반에 폭넓게 깔려 있다. 하지만 자치를 포기하고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로 다시 들어가자는 주장은 쌀을 팔아 겨를 사는 격이 되기 십상이다. 제도 자체는 생산적인데 성과에 문제 있다면 이는 운영 미숙 탓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미래 전북 100년의 전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공과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의 거울인 각종 통계와 지표에 투영되는 자치전북의 자화상은 어떤 얼굴을 띠고 있을까? 구체적인 수치를 따라 일어나는 감회는 당초의 기대가 사라진 헛헛함이다. 소득과 재산 형성 등 주민의 삶을 비쳐주는 모든 지표들이 지방자치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없이 전국 최하위로 처져 있는 가운데 고향을 떠나는 이탈 행렬이 여전히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5월 현재 5,1841,371명으로 자치 원년인 19954.4608,726명에 비해 16.21% 증가했다. 반면 전북의 인구는 1902,044명에서 18197명으로 4.83% 감소했다. 인구 비중으로 따지면 4.26%에서 3.49%로 왜소해진 참담한 추락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경제활동 연령층인 청장년의 이탈이 현저하다.

인구의 이동은 행복추구권을 반영한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천부적 권리로 자리 잡은 행복추구권의 요체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다. 사회적 활동이 절정기에 이른 청년과 장년들이 떠나는 사회를 행복한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원대한 시각으로 100년을 지향해야

 

물론 수치로 따지는 정량평가가 지방자치의 참다운 지향인가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전북의 지역 경쟁력이 외부 환경으로 인해 원천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치 대표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관대해질 수도 있다.

세계 최고의 수도권 초집중화 국가 대한민국에서 각 지역의 경쟁력은 서울과의 인접 거리에 비례하고 있다. 토착 자본의 축적이 취약한 가운데 한국 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들의 투자 외면도 지역 발전의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자치 전북의 고민과 나아갈 방향을 시사한다.

먼저 원천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책사업과 대기업 투자에 의존하는 외부를 향한 개발을 지양하고 지역의 강점과 자본을 총동원 해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내부를 향한 개발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시대감각도 요구되고 있다. 세계는 현재 경제·사회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계와 사람이 인터넷으로 상호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인더스터리(Industry) 4.0'이 진행되면서 파격적인 생산패러다임과 산업이 초고속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치 전북의 대표들이 이런 전환기적 흐름에 얼마나 잘 올라타느냐의 여부가 전북의 향후 100년을 좌우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적 자본 육성과 두뇌 유치 역시 사활적 관건으로 떠오른다. 세계의 각 도시와 나라들은 목하 인재 유치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도내 자치단체들의 인재 기용 방식을 보면 연() 중심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철한 지리감각과 역사감각으로 올바르게 정책 방향을 잡고 나면 현실적인 과제는 실행 모델로 모아진다. ‘킹핀을 적중시켜 정책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서 애로 요인을 제거하고 퍼스트 무버를 일으켜 세워 혁신과 개혁을 추동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주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4반세기, 전북의 자치 현장에 쇄신이 이뤄져 도민의 삶이 풍부하게 가꿔지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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