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 무더위 대책 서둘러야
전주시 ​​​​​​​ 무더위 대책 서둘러야
  • 전주일보
  • 승인 2020.06.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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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전주시 도심지역 기온은 34를 넘어섰다. 볕이 쪼이는 지역은 그보다 2~3도 상회하는 기온이었을 것이다. 더운 시간에 시내버스를 탔다. 후끈하는 열기가 느껴졌지만, 차고지에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 거라고 생각하고 시원해지기를 기다렸다.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앉아 있으니 금세 가슴이 답답해왔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에어컨 송풍구에 손을 대보니 뭔가 나오는데 시원한 기색이라고는 없다. 기사에게 에어컨이 고장인가 물었더니 조금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버스 창문을 열었더니 더운 바람이 훅하고 들어와 닫았다. 마스크 쓴 얼굴에 열기가 오르고 그렇다고 벗을 수도 없어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다음 정류소에서 내렸다.

일단 마스크를 벗고 숨을 고른 다음에 정류소에 있는 냉풍기 앞에가 보았다. 냉풍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지만, 나오는 바람은 헤어드라이어 바람처럼 후끈하다. 시민들은 그 바람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는지 의자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저만치 교통섬을 바라보았다. 우산처럼 생긴 차양막이 교차로에 딱 한 개 펼쳐있고 나머지 3곳엔 땡볕이 작열할 뿐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네거리마다 상황을 눈여겨보았다. 작년만 해도 차양 시설이 없는 곳에는 손바닥만 한 볕 가림 천이라도 있더니 그마저 없고 여기저기서 보던 얼음덩어리도 안 보였다. 불같은 땡볕에 얼굴을 찡그리고 서서 신호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 버스 정류소에는 그나마도 없지만, 더운 바람이 나오는 냉풍기아래 앉은 시민들 대부분은 시원하고 편안한 자가용차를 갖지 못한 사람들일 것이다.

공무원들이야 다 자기차로 출퇴근을 하니 버스 정류소에 냉풍기가 온풍기로 돌아가는 지 알 수 없고 에어컨 돌아가지 않는 시내버스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 진땀을 흘리는 시민들의 고충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더운 여름철이 되어 실제 기온이 높아지면 대중교통 시설과 시민 편익 시설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사전 점검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명소리가 들린 뒤에 출동하는 건 지난 시대의 공무원 태도다. 적어도 시민을 위해 일하고 생각하는 공무원이라면 시시때때에 발생하는 여러 불편사항들을 미리 예측하거나 작년의 일지라도 들춰가며 무엇이 소홀한지를 생각했어야 옳다. 공무원 숫자가 많은 것은 그런 자잘한 일까지 점검하고 살피기 위해서 이다.

지난겨울에 승객이 많은 버스 정류장에 비닐로 방풍시설을 만들고 발열의자를 가동하여 시민을 추위에서 보호한 고마움이 이 더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버스와 정류소 냉풍기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일로 모두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지금 당장이라도 점검하고 조치하기 바란다. 코로나-19 블랙홀에 행정이 모두 빨려 들어간 듯, 정신이 없다느니 하는 말은 구실일 뿐이다. 소관부서가 각각 다르다는 걸 모르는 시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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