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권력 쟁탈전 이대로 좋은가?
의회권력 쟁탈전 이대로 좋은가?
  • 전주일보
  • 승인 2020.06.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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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후반기 구성을 두고 쟁탈전이 심각한 양상이다. 전북도의회를 비롯해 각 시군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이 전반기 임기를 마치고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기에 앞서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지방의회에서 전반기 의장단을 구성했던 인물들은 후반기에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의회경험이 많은 다선의원 몇 명이 의회의 중심으로 군림하면서 그들을 추종하는 일부 의원들이 의장단을 구성하고 분과위원장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소속 정당도 민주당이 거의 독점하고 있으므로 당이 특정인을 지원하기도 곤란하다. 결국 누가 많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서로 더 많은 의원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정읍시의회 의장단 구성을 두고 민주당 정읍·고창 지역위원회(위원장 윤준병)는 의장단과 분과위원장의 후보 등록을 받아 경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등록한 후보는 의장 6명 부의장 1, 운영위원장 2, 자치행정위원장 2, 경제산업위원장 1명 등이다. 의원 17명 가운데 12명이 후보자로 등록했다.

전반기 의장을 지낸 의원이 다시 의장 후보로 등록한 것을 비롯해 다시 한 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윤준병 국회의원이 선거관리위원장이 되어 이들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도를 물어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당이 임의로 결정하기 곤란한 사정은 백번 이해하지만 의회의장단과 분과위원장을 선출하는 일까지 당내 경선을 치르는 일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의회 내의 일을 소속 정당이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당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일보다는 훨씬 민주적이기는 하다.

이런 부득이한 결정이 나온 이유는 의장단을 향한 의원들의 지나친 관심, 달리 말하면 의회권력 쟁탈전의 양상 때문이다. 의장이 되어 별도의 대우를 받고 예산지원도 받아 명예와 잇속, 나아가서 차기 행보에까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이겠으나, 한 번 역임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정읍시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기왕에 민주당이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간여를 한다면 적어도 전반기 의장단은 후보에 등록하지 않도록 종용했어야 했다. 힘 있는 자가 독식하도록 경선이라는 이름을 빌어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어 지적하는 것이다. 만일 그런 의미가 백분의 일이라도 숨어있다면 차라리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지켜보는 편이 낫다.

이런 일은 정읍시 뿐 아니라 도의회를 비롯한 전제 시군의회가 당면한 과제이다. 우리가 촛불을 들어 이상한 정부를 끌어내린 이유가 바로 권력과 부의 편중에서 오는 사회부조리 때문이었다. 모든 것은 나누어질 때 값어치가 더해지고 아름다워진다. 편중이나 독점은 사회를 피폐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후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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