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도움 손길 절실한데...정의연 사태가 불러온 '기부포비아'
코로나19로 도움 손길 절실한데...정의연 사태가 불러온 '기부포비아'
  • 조강연
  • 승인 2020.05.2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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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살고 있는 직장인 조모(32)씨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해오던 기부를 최근 해지했다.

조씨는 몇 년 전 전북대 대학로를 지나던 중 무료급식봉사연맹이라는 단체 봉사원들의 설명을 듣고 매달 만원씩 기부를 이어왔었다.

그러던 중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논란 소식을 접하고 문득 자신이 기부한 금액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기부 신청 당시 좋은 일에 사용된다는 말만 믿고 기부를 결정했던 터라 단체의 전화번호조차 남아있지 않아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조씨는 결국 찝찝한 마음에 기부금이 빠져나가는 은행에 문의해 정기 기부를 취소했다.

조씨는 매월 돈은 빠져나가는데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최소한 한 번씩 문자라도 사용처에 대해서 설명해줬으면 기부를 취소하지 않았을 거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기부금 논란이 지속되면서 기부에 대한 불신, 이른바 기부포비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부포비아는 기부포비아(phobia:공포증/혐오증)’의 합성어로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일지 확실하지 않아 기부를 꺼려하는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기부포비아는 노래방, 술집 등에서 예산이 부적절하게 쓰인 지난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에서 촉발돼 지난 2017년 딸의 수술비로 기부 받은 후원금 12억원으로 호화 생활을 한 어금니 아빠이영학 사건이 불을 지폈다.

도내에서는 이영학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기부포비아가 심화되면서 사랑의 온도탑이 18년 만에 100도 달성 실패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당시 전북지역 사랑의 온도탑은 모금기간을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목표액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기부포비아가 심화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외된 이웃에게 돌아간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도움의 손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최모(33)씨는 반복되는 기부금 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다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도와달라고 말만 하지 말고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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