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제공조는 왜 부진한가?
코로나19, 국제공조는 왜 부진한가?
  • 전주일보
  • 승인 2020.05.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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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강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지금의 경제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의 호황기 중 일어난 것과는 달리 미국발 보호무역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와중에 일어났다.

한국무역협회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통상환경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종식과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 국제사회의 공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WTO 기능약화 등 다자주의가 약화되고 있던 데다, 코로나19의 발발로 세계화(globalization)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탈세계화(de-globalization) 정서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국제공조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팬데믹 둘러싸고 각국은 보건물자 등을 앞 다투어 수출제한하고, 미·중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책임공방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리더십 부재로 실질적인 국제공조는 요원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국제 통상환경은 아래와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각국 정부의 경제개입 확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각국 정부는 경제개입의 정도와 범위를 늘려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은 당장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국기업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대거 발표하고 있으나, 이러한 조치들이 향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불공정 경쟁과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

자국기업 지원을 위한 보조금과 관련하여, 가까운 미래에 이들 보조금이 WTO 보조금 규정과 연계하여 문제시될 확률은 낮으나 지급과정의 투명성이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향후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수출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에 따른 덤핑(dumping)은 수입국의 정부들이 자국 산업계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투자제한 강화와 국유화가 예상된다. 인도,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경제국은 최근 코로나19로 자금난에 봉착한 자국기업들이 중국 등 타국가에 저가로 매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또한 미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재무부 산하의 범정부 기구인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를 활용, 중국 등 견제대상 국가의 대미투자를 억제해 왔다. 또한 코로나19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종에 대한 국유화 조치도 고려되고 있다.

셋째,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했던 자국 기업 유턴)이 확대될 것이다.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생산을 확대해온 기존의 생산모델이 코로나19로 인해 그 약점이 드러남에 따라, 보건제품과 핵심 산업의 국내생산을 늘리고 주요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려는 리쇼어링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EU는 의약품의 역내생산 확대를 위한 제약업 리쇼어링 정책을 검토 중이며, 미국은 대중 의약품 수입을 억제하고 미국 내에서 의료장비와 약품 생산을 확대하려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일본은 제품 및 부품소재 생산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시 1/2~2/3의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넷째, 미·중 헤게모니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1~3월 미·중 무역통계를 보면, 미국의 대중수입이 전년대비 28.4% 감소하는 등 양국은 디커플링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미수입 확대를 골자로 하는 1차 합의(2.14 발효)에도 불구, 동 기간 미국의 대중수출 역시 전년동기비 15.4% 감소하는 등 합의 이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중국이라는 ‘외부의 적’ 설정을 위해 코로나19를 활용할 충분한 동기가 있으며, 실제 미국은 코로나19 이슈 이외에도 보조금, 환율 등 다양한 이슈에서 중국을 양자/다자적 수단을 통해 압박해 왔다.

다섯째, 디지털 경제의 부각이다. 코로나19가 통상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비대면(언택트)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 비즈니스의 성장에 따라, 디지털 무역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WTO 전자상거래 협상 등 디지털무역에 대한 국제규범 논의가 새로운 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 처리된 환자의 개인정보가 코로나19 방역에 효과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거부감이 감소하고 데이터경제 발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통상환경 변화와 관련해서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갈등을 통해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공급망 운영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핵심물자 재고를 확보하고 수출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수출통제와 무역구제조치 등 보호무역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자유무역 질서를 지켜내기 위해 WTO의 지속적인 협력과 WTO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의 굳건한 유지를 위해 적극 앞장설 필요가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데이터의 공익적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호기를 활용, 향후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와 다양한 발전담론 형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불확실성 시기에 선택한 전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면밀히 검토해서 신중한 선택을 하고 빠른 실천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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