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민주주의 본질을 흐리는 겹치기
의회 민주주의 본질을 흐리는 겹치기
  • 전주일보
  • 승인 2020.05.19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의회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에 접어드는 요즘이다. 전북도 의회나 각 시군의회도 7월 초에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에 전주시의회 의장단과 일부 상임위원장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제주도로 단합모임을 떠났다가 시민들의 호된 여론 뭇매를 맞았다. 그 모임의 이유가 후반기에도 그들이 주체가 되어 의장단과 상임위를 구성하여 시의회를 주도하려는 것이라는 항간의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지방의원 임기 4년 동안 주도 세력으로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한다.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이 되면 개인적인 위상만 아니라, 지역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한 몫을 챙길 수 있고 다음 선거를 치르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의장단이 되면 그에 따르는 예산과 각종 지원은 물론이고 군정의 중요사항에 개입할 기회도 있어 차후에 단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발판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이익과 명예를 누린 전반기 의장단과 그 추종의원들은 후반기에도 그들 가운데서 의장을 내서 이익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욕심을 드러내기 일쑤다. 더구나 후반기 의장은 임기동안 실수만 없으면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므로 경쟁이 치열하다. 전주시의회 의장단과 일행이 제주 여행을 강행한 데 대한 비난도 그런 목적이 숨어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라북도의회를 비롯한 각 시군의회가 후반기 의장 선출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 말도 많고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소식이다. 도의회는 전반기 부의장들이 의장자리를 노리는 형태로 마치 공무원들이 다음 직급에서 승진하듯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전반기에 의장단에 선임되었던 사람이라면 후반기에는 다시 욕심을 내지 않고 다른 의원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인데도 다선을 내세워 부의장이 의장에 선임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니 한심한 일이다.

광역이든 기초이든 지방의회에서 특정 세력이 주도권을 잡고 흔드는 일은 절 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선의원은 집행부와 관계가 돈독(?)해지고 행정과 예산의 흐름을 잘 알게 되면서 의원의 입김이 강해지고 독해진다. 친분과 함께 행정의 맥을 짚어 소리 소문 없이 이권에 개입할 수 있고 말 한마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거기다 의장단이라는 직함까지 더하면 그 힘은 치명적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악하고 있는 도내 지방의회의 의장단 구성에 당은 선출지침을 마련하고 지역위원장 참관아래 선출방법을 당론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전후반기 의장단의 겹치기 선임은 정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특정 집단이 의회를 쥐고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고 다양한 의견과 리더십을 반영하기위해 전후반기 의장단 연임은 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민주당 일색의 체제에서 의장단 연임을 노리는 움직임이 도의회와 일부 시군에서 고개를 든다고 한다. 이런 형태의 지방의회 운영은 도민과 집권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왕에 시·도 당이 의장단구성에 개입한다면 전후반기 겹치기는 반드시 막아야 일당독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