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정치의 몰락을 보며
화석 정치의 몰락을 보며
  • 전주일보
  • 승인 2020.04.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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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4.15 총선의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유시민 작가가 예고한 숫자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일도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었음을 잘 보여준다.

몇 번씩 당 이름을 바꾸어 헷갈릴 만큼 껍데기만 바꾸고 색칠만 다시 해온 보수 세력은 이번 총선에 지고 나서도 왜 졌는지 깨닫지 못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던가, 일부 과격분자들의 막말 때문에 표가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그들이다. 일부는 사전투표가 조작되었다고까지 망발을 일삼는다.

지역구에서 여당의 절반 수준인 84석을 얻은 것도 군사독재의 본산인 경상도 지역과 부자 동네 강남의 동류들이 무조건 투표로 밀어준 덕분이다.

그들은 리더였던 황 대표가 사퇴하자 다시 단골 메뉴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을 혁신하자거나 새로운 체제로 나가야 한다는 등 다시 페인트 색을 바꿀 궁리를 하는 모양이다.

아직도 군사독재 시대의 홍위병이었던 사고방식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그들이다. 그들은 친박 · 진박을 따지며 박정희의 유령을 조상보다 더 받든다.

 저지른 죄만큼 돌려받은 자업자득

지금도 독재 시대의 군림을 꿈꾸는 그들의 머릿속에 하찮은 서민 따위는 없다. 누군가 욕심 많은 자나 철없는 자를 나라의 대표로 올려놓고 그 아래서 저희끼리 희희낙락할 궁리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급변하는 세상에 화석(化石)으로 나 남아있을 정치 신념을 갖고 권력을 쥐어보려는 망상은 이제 뒷방으로 물러나야 한다. 국민은 깨어 저만치 앞에 있는데 자꾸만 지난 시간으로 되돌아가려는 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화석 정당과 철없는 정당의 헛발질에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표면은 진보 정당이지만, 정치는 화석 정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묵은 행태를 버리지 못한 여당이다. 지금 여당은 180석이라는 달콤한 과실 맛에 취해 그러한 결과가 주인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이루어졌다고 착각하고 있다.

다급한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어쩔 수 없이 표를 준 주인의 아픈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선택지가 없었음을.

20대 총선에서 주인이 중도세력에 표를 주어 정치지도를 바꾼 적이 있었다. 주인은 제3 세력을 만들어 정치가 제대로 정립(鼎立)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캐스팅보터 역할보다는 또 다른 이익에 눈이 멀어 주인의 뜻을 저버렸다.

그에 따른 주인의 매질은 뜨거웠다. 철없는 아이에게 막대한 책임을 준 일을 후회한 주인은 그들에게 단 1석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대방 물어뜯기만 일삼다가 외려 이빨만 깨졌다. 야당 모두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셈이다.

가장 어려운 시대를 슬기롭게 벗어나려면

오늘 승리에 취해 단꿈을 꾸는 여당 앞에 국민의 심판이 닥칠 시간은 단 2년이다. 2022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나라와 세계가 당면한 현실은 지난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버겁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일에는 상당 부분 성공했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온 지구촌을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경제활동이 중단되어 생산은 위축되고 소비가 올스톱 상태다. 세계가 함께 앓는 질병이어서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이 문제는 여당의 문제만 아니라 나라의 문제이고 세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당장 과거의 소득, 경제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본을 유지하면서 차츰 복구해가는 험난한 과정을 지나가야 한다. 진정으로 나라 경제와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의 길을 찾는데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차기 대권보다는 이 위난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문제에 딴지걸이나 훼방을 놓는 집단은 주인인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라를 정상 수준에 올려놓아야 권력의 꿈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변해야 살아남는다.

지구상의 동식물은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를 거듭했다. 먹이를 잡기 좋은 체형으로 몸이 변하고 먹이가 거칠면 그걸 소화할 수 있는 소화효소나 위장 기능이 변했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는 이미 오래전에 박물관에 들어갔어야 할 군사독재 시절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이어오는 집단이 있다. 그리고 그런 묵은 수법을 슬금슬금 받아주며 반사이익을 얻는 진보 아닌 진보 집단인 여당이다.

국민은 이미 저 앞의 높은 자리에 올라 정치꾼들의 한심한 행태에 끌끌혀를 차며 내려다보고 있다. 그 내려다보는 눈에 분노가 일고 답답하여 가슴을 치는 걸 모르는 정치판이다. 이미 국민의 머릿속엔 빅데이터가 차곡차곡 입력되어 있는데 정치한다는 자들이 얄팍한 실력으로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

이제 정치도 진화해야 한다. 오늘의 풍토에 맞게 몸이 바뀌고 주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릴 감각기관도 바뀌어야 한다. 주인을 속이려 들지 말고 진정으로 주인을 받들어 감동을 끌어내야 한다. 지난날 개 · 돼지로 생각하던 국민이 아니다.

주인을 딛고 서서 어른 대접을 받던 못된 버릇도 고치고 충실한 일꾼으로 거듭나는 자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았듯이 주인들은 현명하고 단호하다.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는 이미 끝났다.

이제 묵은 정치(政治)’의 시대는 갔다. 정치는 주권자인 국민이 머슴을 잘 골라 쓰는 일을 말한다. 임금이나 관리가 우매한 백성을 다스리는 시대가 아니다. 얼마나 성실하게 주인의 뜻을 잘 받드느냐에 따라 크고 작은 머슴으로 나뉠 뿐이다.

머슴들이여! 변해라.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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